[칼럼] 농협 선거와 '유령조합원' 문제,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

2025. 4. 17. 12:30카테고리 없음

자격 없는 조합원 방치는 농협 민주주의 훼손하는 행위



농협은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농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그러나 최근 포천시 일부 농협에서 조합원 자격이 없는 이른바 '유령조합원'들이 선거에 동원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농협 운영의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포천시에는 포천농협, 소흘농협, 가산농협, 일동농협, 영중농협, 영북농협과 품목별 농협인 포천축협, 개성인삼농협 등 총 9개의 농협 사업장이 운영 중이다. 이들 농협은 지역 농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일부 농협에서는 조합원 자격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농지 매매나 수용으로 농업경영체 등록이 취소된 후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농협법상 농지를 소유하지 않거나 실제 영농에 종사하지 않으면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농협에서는 조합장이 영농회장에게 조합원 탈락 여부를 위임하고, 영농회장이 서류를 제출한 조합원만 해촉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어 사실상 자격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가 없어졌음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유령조합원'들은 대의원 선거 등에서 영농회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표하며 조합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대가로 명절 선물이나 각종 조합원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자격이 없는 조합원들을 정리하지 않은 채 조합장 선거와 대의원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에 따르면 대의원들은 회의 참가 시 1회당 30만 원을 지급받고, 조합원들은 명절이나 창립일에 쌀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자격이 없어도 조합원으로 남으려는 유인이 크다고 한다.

반면 농협을 건실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한 조합장은 "농협 중앙회에서 1년에 한 번씩 농지원부, 농지대장 등을 검토해 비자격 조합원들을 정리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합장은 "농지가 매매된 것을 바로 알 수는 없어 농협이 속을 수는 있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농지대장이 기록되고 있어 다음 해에는 농협에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조합원 자격을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농지 소유뿐 아니라 농지 임대를 통한 농산물 출하, 벌통 10개 이상 보유, 하우스 100평 이상 경작, 원예작물 200평 이상 재배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은 농협의 민주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다.

농협은 조합원의,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이다. 자격 없는 조합원들이 선거에 참여해 조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진정한 농민들의 권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조합장 선거는 지역 농협의 향후 4년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유령조합원을 동원한 선거 개입은 농협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농협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자격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농협 중앙회 차원의 정기적인 점검뿐 아니라, 각 지역 농협에서도 자체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엄격히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합원들 스스로도 농협의 주인으로서 감시와 참여를 통해 건전한 농협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설립된 농협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유령조합원 문제는 단순한 행정적 미비가 아니라 농협의 존재 이유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포천시 농협들이 이번 기회에 조합원 자격 관리를 철저히 하여 진정한 농민 중심의 농협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