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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헌재 결정문에 남겨진 '불완전한 진실'

양상현 기자 2025. 4. 5. 17:52

불균형한 사실관계와 논란의 설시… 헌재의 결정은 '역사의 잣대'가 될 수 있는가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파면을 선고했다.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관점에서는 기대되는 결과였지만, 결정문에 담긴 몇몇 내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결정문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와 그 동기를 선의로 해석하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결정문은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문제를 다루며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신뢰성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선의'로 본 헌재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석열이 계엄령 선포를 통해 국가 혼란을 수습하려 했다는 측면을 선의로 해석했다. 결정문에서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야당의 전횡으로 인해 국익이 훼손되고 국정이 마비된 상황을 해결하려는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대통령이 야당의 권한 행사에 대해 국정 마비를 초래한다고 판단한 것은, 그 판단이 객관적 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해석이 윤석열의 행위를 정당화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점이다.  

헌재의 이 같은 설시는 단순히 논리적 문제를 넘어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 이는 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지 못한 계엄 선포 행위를 윤석열의 주관적 동기라는 이름 아래 다소 물타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국회를 비롯한 국가 주요 기관에 대한 불신과 권력남용적 통치가 계엄 사유로 등장한 점은 충분히 위험하다.  

◇'야당, 위헌정당일 수 있다?' 헌재의 위험한 언급

헌재 결정문에서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야당이 위헌정당일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이다. 헌재는 "야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친다면 위헌정당으로 제소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이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헌재가 탄핵심판이라는 맥락에서 이런 언급을 결정문에 포함했다는 점은 부적절하다. 이것은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의 활동 그 자체를 헌법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암시하는 느낌을 준다. 정치적 반대 세력을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이러한 표현은 헌재의 역할과 중립성에 중대한 흠결로 작용한다.  

한 헌법학자는 해당 내용을 두고 "탄핵 사건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야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는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의회 민주주의의 근본적 틀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불균형한 사실관계, 역사적 기록의 왜곡 우려

헌재 결정문의 사실관계 언급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야당 활동을 과도하게 부각하며,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결정문은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해 정부와의 마찰을 야기했으며, 대통령 취임 후 22건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야당이 주도해 예산안을 마음대로 감액하고, 대통령비서실 등 주요 기관의 활동비를 줄였다는 내용을 나열하며 정부의 국정 운영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폭압적 통치, 검찰과 사정기관을 동원한 정치 보복,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에서 보인 무책임한 행태 등은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공정성과 관점을 잃은 사실관계는 헌법재판소의 설득력을 크게 훼손시킨다. 헌재가 야당의 탄핵소추안을 단순히 '정부 방해'로 비난할 수 없다면, 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역할과 책임도 함께 설시해야 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역사 속 변명의 도구가 될 우려도

헌재의 이번 결정문은 단순한 법률적 검토를 넘어 역사적 문서로 기록된다. 하지만 결정문에 나타난 불균형한 서술은 후대에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남을 위험이 있다.  

한 헌법연구가는 "결정문은 정치적 교훈이 아닌 역사적 기록으로 길이 남는다"고 지적하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의 개인적 동기나 정당성을 지나치게 선의로 해석한 것은 향후 유사 상황에서 군사적 조치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법재판소의 설시는 왜 다시 쓰여야 하는가

헌재 결정문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바로잡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불균형한 사실관계의 서술과 해석의 오류를 남겼다. 결정문 83쪽 이하의 내용은 반드시 다시 논의되고 바로잡혀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을 향한 책임적인 태도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을 세우는 기관이다. 따라서 결정문 작성 과정에서 중립성, 공정성, 그리고 역사적 책임을 감안한 합리적 판단이 요구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은 국민적 요구와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제는 결정문이 그 과정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미래의 교훈이 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단지 한 시대의 정치적 고비를 넘는 일을 넘어,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 신뢰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