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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란의 불씨, 아직 꺼지지 않았다

양상현 기자 2025. 4. 7. 02:15

산불 진압 중에 조림 논의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라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헌정 질서가 회복되었다고 안도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내란의 불씨는 여전히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으며, 우리는 아직 산불 한가운데 서 있다.

'내란의 불씨'라는 표현이 산불에 비유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산불은 겉으로 보이는 화염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표면 아래 이탄층에서는 보이지 않는 불씨가 서서히 타오르다가, 때를 기다려 다시 거대한 화염으로 치솟는다. 내란 세력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몇몇 군 지휘관의 체포만으로 내란의 전모가 밝혀졌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 국회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내란범죄 증거인멸 방지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관련 기록물 전체가 봉인되거나 파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산불 진화의 기본은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화염만 잡고 지하의 불씨를 방치한다면, 그것은 언제든 다시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파면 이후 윤석열은 "자유를 위해 싸운 여러분 곁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의 의미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윤석열의 자유'를 위해 싸운 사람들 중 서부지법 폭도들은 이미 감옥에 있다. 그러나 지귀연과 심우정 등 내란의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윤석열이 이들을 "자기 곁에 있기를 바란다"는 것은 내란의 불씨를 살아있게 유지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헌 논의'다. 아직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불을 끄다 말고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림 대책 회의를 시작하자"고 외치는 것과 같다. 이는 산불 진압을 방해하는 행위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내란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란을 방지하기 위한 개헌 논의'를 서두르는 것은 내란 진압을 방해하는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1979년 10·26 이후 전두환과 그 일당은 '민주화'를 약속하며 정국 수습을 자처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더 큰 내란을 일으켜 5·18 광주학살로 이어지는 비극을 낳았다. 내란 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더 큰 내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란의 전모를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하는 것이다. 윤석열 개인의 파면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의 배후에서 내란을 기획하고 실행한 모든 세력을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내란 진압이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산불 대처의 상식을 정치에도 적용해야 한다. 산불은 모든 불씨가 완전히 꺼질 때까지 진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한 곳의 불씨라도 남아있다면, 그것은 언제든 다시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란도 마찬가지다. 모든 내란 세력이 처벌받고, 모든 증거가 보존되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의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회복은 내란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우리는 아직 산불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