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가안보의 그늘, 포천의 42년을 생각한다
군사보호구역의 희생, 이제는 정당한 보상이 필요할 때
전투기가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포천 주민들에게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군사훈련과 그에 따른 위험은 일상의 한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지난 3월 포천에서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수십 년간 감내해온 불안정한 삶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포천시는 전체 면적의 42%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 숫자 뒤에는 재산권 행사의 제한, 개발 기회의 상실, 그리고 일상적인 불안감이라는 현실이 존재한다. 군사보호구역 지정은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을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만 지우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인가?
지난 8일, 김성남 경기도의원이 포천시의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촉구하는 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회발전특구 지정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오랫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지역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의미를 갖는다.
흥미로운 점은 포천시가 행정구역상 수도권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다. '수도권'이라는 이름은 발전과 번영의 상징처럼 들리지만, 포천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각종 지원 제도에서 소외되면서 이중의 불이익을 받아왔다. 군사보호구역으로 인한 개발 제한은 감수해야 하면서, 낙후지역에 대한 지원은 받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 것이다.
40년 넘게 포천에 거주했다는 한 주민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젊은 시절부터 군사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 간단한 문장 속에는 한 개인의 인생이, 그리고 한 지역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 청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재산을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도 국가안보라는 대의를 위해 감내해야 했던 삶이라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화두가 오랫동안 정치권의 주요 의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진정한 균형발전은 단순히 지역 간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각 지역이 감당해온 특수한 부담과 희생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지원과 보상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질적인 균형이 가능해진다.
포천시의 기회발전특구 지정 요구는 이런 측면에서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안보를 위해 기꺼이 희생해온 지역에 대한 정당한 보상 요구이며,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제안이다.
전투기 오폭 사고는 불행한 사건이지만, 이를 계기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과 희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
기회발전특구 지정은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유치, 관광산업 활성화 등은 포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포천 주민들에게 "당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국가안보는 모든 국민이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다. 그 부담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었다면, 그에 대한 보상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포천시의 기회발전특구 지정은 단순한 지역 발전 정책을 넘어,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자,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42%라는 숫자 뒤에 숨겨진 포천 주민들의 42년 희생을 생각할 때다. 이제는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