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방치된 폐가, 이제 지자체가 강제 철거한다

양상현 기자 2025. 4. 9. 12:03

국토부, 빈집 정비 특별법 추진... 용적률·건폐율 인센티브로 민간 참여 유도



도시 곳곳에 방치된 폐가들이 안전사고와 범죄 위험을 높이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가운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직권 철거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빈집 정비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지자체가 공공 안전이나 도시 미관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빈집을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철거를 거부하는 소유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직권철거를 시행해본 지자체는 전체의 5.5%에 불과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경험이 있는 지자체는 2.7%에 그치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빈집이 사유재산인 점을 고려해 자발적 철거를 유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빈집 정비와 재활용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검토된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는 국가와 지자체, 소유주의 빈집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민간 사업자가 빈집 밀집 지역에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용적률과 건폐율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지방 중소도시 A시의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우리 시에만 300여 채의 빈집이 있지만, 소유주 불명 또는 소유주의 거부로 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직권 철거 권한이 강화되고 절차가 간소화된다면 도시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자체는 5년 주기로 빈집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실제 정비로 이어지는 비율은 계획 대비 34%에 불과하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논의된다.

국토부는 또한 '빈집 플랫폼' 누리집을 통해 빈집 임대와 매매 거래를 지원하는 시스템 개선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빈집 소유주와 활용 희망자를 연결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빈집 재활용 성공 사례도 공유된다. 국토부가 추진해온 새뜰마을사업을 통해 철거된 빈집 부지는 주차장이나 텃밭으로 활용되고, 상태가 양호한 빈집은 공동이용시설이나 청년창업시설 등으로 리모델링되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의 한 마을에서는 10년 넘게 방치됐던 빈집을 리모델링해 마을 도서관으로 탈바꿈시킨 사례가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마을 주민 박모 씨는 "처음에는 철거 대상이었던 빈집이 이제는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주민 소통 공간이 됐다"며 "빈집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정책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우진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방치된 빈집은 도시 활력을 저해하는 요소지만, 발생 원인과 입지에 따라 맞춤형 정비를 진행한다면 지역 잠재력 향상을 위한 핵심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번 간담회에서 발굴한 과제들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올해 상반기에 발표할 '빈 건축물 정비 활성화 방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빈집 정비를 위한 법령 제·개정 작업을 본격화하고,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도시 환경 개선과 지역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