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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인도서 9000억원 세금 추징..."송수신기 무관세 수입" 논란

양상현 기자 2025. 4. 9. 13:21

5년간 7억 달러 장비 관세 회피 의혹...글로벌 기업 윤리 도마 위에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약 9000억원에 달하는 세금과 과징금을 추징당하면서 관세 회피 논란에 휩싸였다. 인도 세관당국은 삼성이 통신장비를 무관세 품목으로 위장해 수입했다고 판단했으나, 삼성 측은 "단순한 물품 분류 해석 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과 베트남에서 약 7억8400만 달러(약 1조원) 상당의 '리모트 라디오 헤드' 장비를 인도로 수입하면서 관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인도 세무당국은 이에 대해 5억2000만 달러(약 6900억원)의 미납 세금과 동일한 금액의 벌금을 합산해 부과했다.

쟁점은 해당 장비의 정확한 분류다. 삼성전자는 이 장비가 송수신기가 아니라 관세가 면제되는 품목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의견서 4건을 첨부해 해당 장비가 기술적으로 통신신호를 독립적으로 송수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인도 세관은 삼성전자가 2020년 인도 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스스로 해당 장비를 '송수신기'로 표현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인도 관세법상 송수신기는 명백한 관세 대상이며, 삼성이 이를 알고도 허위 신고한 것은 고의적 조세 회피라는 것이 인도 당국의 판단이다.

소날 바자지 인도 세관위원은 "삼성전자는 장비의 정확한 분류를 알고도 허위 신고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며 "이는 기업 윤리와 산업 기준을 모두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세관당국은 또한 삼성 인도 법인의 임원 7명에게도 약 8100만 달러(약 108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안은 세관 당국의 분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도 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법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삼성전자의 첫 해외 조세 논란이 아니다. 2016년에는 미국법인이 현지 세금 감면 혜택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고, 베트남 법인도 2021년 조세 회피 혐의로 현지 노동단체의 고발을 받은 바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외국 기업들의 수입품 분류를 통한 세금 회피 사례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부품 품목 분류 문제로 인도 정부와 약 14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이며, 기아차 인도법인도 유사한 이유로 150억 루피(약 2570억원)의 세금을 청구받았다.

국제 통상 전문가인 라지브 쿠마르는 "인도의 세금 제도가 복잡하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악용해 의도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번 삼성 사태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도의 조세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킨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상적 절차와 해석의 차이를 의도적 범죄로 단정하는 인도 정부의 태도도 문제"라며 조세 행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해석 차이'가 사실이라면 법적 대응을 통해 투명하게 소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탈세 의혹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 엄격한 법적, 윤리적 기준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삼성전자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피'와 사회적 책임
삼성전자 인도 관세 논란이 던지는 질문들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국가 간 세법 차이를 이용해 세금을 최소화하는 '세금 최적화' 전략은 오래된 관행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9000억원에 달하는 세금과 과징금을 추징당한 사건은 단순한 세금 최적화를 넘어선 문제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5년간 7억 달러 상당의 통신장비를 인도로 수입하면서 이를 무관세 품목으로 신고했다. 회사 측은 '리모트 라디오 헤드' 장비가 송수신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인도 세관은 삼성이 자체 문서에서 이를 '송수신기'로 표현한 증거를 찾아냈다. 이는 단순한 해석 차이가 아닌 의도적 허위 신고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반복되는 해외 조세 논란 때문이다. 미국과 베트남에서도 유사한 세금 회피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여러 국가에서 반복된다면 이는 우연이 아닌 패턴일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피는 단순한 법적 문제를 넘어 윤리적 문제다.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의 인프라와 노동력을 활용하면서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이는 해당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일방적 이익 추구에 불과하다.

물론 인도의 복잡한 세금 제도와 불투명한 행정 관행도 문제의 일부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인도의 조세 리스크를 우려하는 이유가 있다. 폭스바겐, 기아차 등도 유사한 세금 분쟁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의도적 세금 회피의 정당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기업으로서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와 평판을 고려해야 한다. 9000억원의 세금은 삼성의 연간 이익에 비하면 큰 금액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을 회피하는 기업'이라는 낙인은 장기적으로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조세 투명성은 중요한 평가 요소다. 투자자들은 단기 이익보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중시하며, 소비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한다. 세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주장하듯 이번 사안이 단순한 '해석 차이'라면, 투명한 법적 대응으로 소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의도적 세금 회피였다면, 이를 인정하고 시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세계화 시대에 기업의 국적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활동하는 모든 국가에서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기본적인 의무다. 삼성전자의 인도 세금 논란은 글로벌 기업의 조세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세금은 피해야 할 비용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투자이자 기업 시민으로서의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단기적 이익 극대화가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그것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십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