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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면 뒤의 정치인, 이낙연의 두 얼굴

양상현 기자 2025. 4. 13. 00:44

'점잖음'의 탈을 쓴 권력 게임의 실체

정치인의 진면목은 종종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평소엔 감춰두었던 본색이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이낙연 전 총리의 정치 행보를 되돌아보면, 그의 '점잖음'과 '신중함'이라는 평판 뒤에 숨겨진 실체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치사에서 '조국 사태'는 분수령이었다.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조국을 둘러싼 의혹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때, 이낙연은 총리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그는 침묵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략적 침묵'을 선택했다. 그 침묵은 조국을 사지로 몰았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동력을 상실케 했다.

더 문제적인 것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행보다.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업적인 대장동 개발 사업을 '의혹'으로 둔갑시키는 데 앞장섰다. "의혹이 있으면 해명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했지만, 그것은 사실상 정적을 공격하는 무기였다. 

흥미로운 점은 대장동 의혹이 결국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국민의힘 인사들의 연루 정황이 더 뚜렷했음에도, 이낙연은 그 부분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는 그의 문제 제기가 진실 규명이 아닌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됐음을 방증한다.

최근 그의 정치세력 '새미래'가 국민의힘과 연정을 제안하며 "민주당은 비상계엄 유발 세력"이라고 발언한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비상계엄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헌정 질서의 중단과 시민 자유의 박탈을 의미하는 극단적 조치다. 그런 발언이 '온건한 정치인'으로 알려진 이낙연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치 평론가 김모 씨는 "이낙연의 정치적 행보는 일관된 가치보다는 상황에 따른 실용주의적 선택에 가깝다"며 "그의 '중도'는 때로는 가치의 부재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낙연의 행보를 보면 한 가지 패턴이 드러난다. 그는 항상 '제3자'의 위치에서 상황을 관망하다가,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질 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는 정치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일 수 있지만, 동시에 소신과 원칙의 부재를 의미할 수도 있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사건에서도 그의 역할은 의문스럽다. 당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언론의 편향된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낙연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황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타협에도 원칙과 한계가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비상계엄을 언급하며 정적을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타협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위험한 발언이다.

이낙연은 누구인가? 그는 정말 '온건한 중도 정치인'인가, 아니면 권력을 향한 야망을 '점잖음'이라는 가면 뒤에 숨긴 정치인인가? 그의 행보를 면밀히 살펴보면, 후자에 가까운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정치인의 진정성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된다. 위기의 순간에 보여주는 선택과 결단이 그 사람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이낙연의 정치 인생에서 그런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그가 내세우는 '점잖음'과 '신중함' 뒤에 숨겨진 실체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한 정치인의 행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방향을 좌우한다. 이낙연이 만들어 온 정치적 선택들이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우리는 이제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