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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보완!"...포천에 울려 퍼진 스리랑카 새해 인사

양상현 기자 2025. 4. 13. 16:19

이주노동자들이 들려준 고향의 맛과 문화... 코키스 바삭한 소리에 담긴 그리움



코코넛 밀크의 달콤한 향기가 포천나눔의집 주방을 가득 메웠다. 14일 오후,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10여 명이 자국의 설날 음식을 들고 포천나눔의집을 찾았다. 그들의 손에는 하얀 끼리밧(우유 밥)과 꽃 모양의 바삭한 코키스가 담긴 그릇이 들려 있었다.

"스리랑카에서는 4월 13일이나 14일이 설날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죠." 스리랑카 출신 쿠마르(32)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의 손끝에서 코키스 반죽이 꽃 모양 틀에 담겨 뜨거운 기름에 빠져들었다. 몇 초 후, 바삭한 소리와 함께 황금빛 과자가 탄생했다.

포천나눔의집 식당에 모인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스리랑카 음식을 바라봤다. 끼리밧은 코코넛 밀크로 끓인 쌀밥으로, 스리랑카 설날 아침에 가장 먼저 먹는 음식이다. 하얀 우유빛 밥은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음식을 한국 친구들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스리랑카 공동체의 리더 프리얀타(38)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향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이 음식을 함께 먹는데, 여기서는 나눔의집 식구들이 우리 가족이 되어주었습니다."

포천나눔의집 이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 교류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음식을 통해 스리랑카 문화를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식사 후에는 스리랑카 설날 인사말을 배우는 시간도 마련됐다. "수바 알룻 아우루닥 웨와(Subha Aluth Avuruddak Wewa)"라는 싱할라어 인사말은 "행복한 새해 되세요"라는 뜻이다. 참가자들은 서툰 발음으로 인사말을 따라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 손을 모아 하는 "아유보완(Ayubowan)" 인사였다. "당신의 삶이 길고 건강하길 바랍니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 인사는 스리랑카의 전통적인 인사법이다.

포천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출신 말리카(29)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되었지만, 설날이 되면 항상 가족이 그립다"며 "오늘 같은 행사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나눔의집을 찾은 지역 주민 박모씨(45)는 "이주노동자들이 단순히 일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만의 문화와 전통을 가진 이웃임을 새삼 느꼈다"며 "코키스의 바삭한 식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포천나눔의집 관계자는 "연말에는 더 큰 규모의 문화 교류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천나눔의집 이주민지원센터는 경기 북부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와 문화 적응을 돕는 활동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법률 상담부터 한국어 교육, 문화 교류 행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주민과 지역사회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행사장을 나서는 참가자들의 입에서는 "아유보완!"이라는 인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졌지만, 음식을 나누며 하나가 된 포천의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