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맛으로 전하는 감사"...포천 이주노동자들의 특별한 송별회
태국·우즈베키스탄 공동체가 마련한 향수 어린 만찬... "5년간의 헌신에 보답"
양고기 특유의 향과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 13일 오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의 한 식당에서는 평소와 다른 특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태국과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30여 명이 모여 그들을 5년간 지원해온 김민호 전 포천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직원의 퇴직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우리가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김 선생님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어요. 오늘은 우리가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태국 공동체 마라타 회장은 손수 준비한 '팟타이'(태국식 볶음면)를 접시에 담으며 말했다.
식탁 위에는 양고기 꼬치구이, 양고기 수프, 태국식 매운 샐러드 '솜땀', 우즈베키스탄 전통 음식 '플로프'(양고기 볶음밥) 등 이주노동자들의 고향 음식이 가득했다. 이들은 바쁜 일과를 마치고 밤늦게까지 요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우리 고향 음식을 제대로 맛볼 기회가 많지 않아요. 특별한 날에만 이렇게 모여서 요리를 합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수연(한국이름으로 개명)회장은 플로프를 김 전 직원의 접시에 듬뿍 담아주며 설명했다. "이 음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요리입니다."
김 전 직원은 2020년부터 포천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근무하며 비자 문제, 임금 체불, 의료 지원 등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방역 수칙과 백신 접종 정보를 여러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등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그저 업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분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게 됐고 진심으로 돕고 싶었습니다." 김 전 직원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이렇게 고향 음식으로 환송회를 열어주니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대접받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죠."
포천시에는 현재 약 2만 여명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제조업과 농업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 돕고 있다.
태국 출신 노동자 수파차이(35)는 "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라며 "김 선생님 덕분에 우리 태국 사람들이 모여서 명절도 함께 보내고 서로 의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별회 중간에는 태국 전통 춤과 우즈베키스탄 민요 공연도 이어졌다. 이주노동자들은 각자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선보이며 김 전 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포천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김 직원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포천 지역 이주노동자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됐다"며 "앞으로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마치며 이주노동자들은 김 전 직원에게 각국의 전통 소품과 손편지를 선물했다. 그는 "퇴직 후에도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오늘의 따뜻한 기억을 평생 간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