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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법부의 이중 잣대,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다

양상현 기자 2025. 4. 13. 22:43

지귀연 판사 재배정 논란으로 드러난 사법 시스템의 민낯



법정은 정의의 전당이라 불린다. 그곳에서는 권력과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이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이 원칙이 얼마나 허울뿐인지 목격하고 있다. 특히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의 재판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우리 사법 시스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주, 전직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을 지귀연 판사가 맡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재판장 배정 문제가 아니다. 그는 앞서 구속취소 심문에서 구속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전례 없는 해석을 내놓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이런 판사가 본안 재판까지 맡게 된 것은 사법부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인 사법 관행에서 벗어난 판단을 내린 판사가 동일 사건의 본안 재판을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는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문제적인 것은 지귀연 판사가 이번 재판에서도 전례를 깨는 결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 전직 대통령들의 재판에서는 모두 허용되었던 법정 사진 촬영을 불허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절차적 결정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 과정의 투명성을 제한하는 중대한 문제다.

한 헌법학자는 "사법 절차의 투명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특히 국가 최고 권력자의 재판은 더욱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인에게만 예외적 대우를 하는 것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사법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많은 나라들이 판사 선출제나 국민배심원제 등을 통해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 주에서 판사를 선거로 선출하며,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다양한 형태의 시민 참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현재의 사법 시스템은 판사들이 국민으로부터 유리된 채 특권층으로 군림하게 만든다"며 "이는 결국 사법부가 국민이 아닌 권력을 위한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을 내포한다"고 경고했다.

물론 사법부의 독립성은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독립성이 책임성과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그것은 특권으로 변질될 수 있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시스템으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정치권도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사법 개혁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특히 여야는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사법 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정치권이 사법 개혁에 소극적인 이유는 그들 역시 기득권 세력의 일부이기 때문"이라며 "진정한 변화는 국민의 강력한 요구와 압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역사는 권력이 견제받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수없이 보여주었다. 사법부가 특정 세력의 보호막이 되는 순간,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일련의 사태는 단순한 재판장 배정 문제를 넘어,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시험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민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가 훼손될 때, 그것은 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 사법부는 국민의 분노를 직시하고, 스스로 개혁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자,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