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탄핵소추권 논란, 삼권분립을 흔드는 균형의 줄타기
탄핵소추권 제한 시도, 민주주의에 무슨 의미를 던지는가
최근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 탄핵소추권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신들의 주장은 "탄핵소추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라지만, 이는 국회의 핵심 기능이자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원리를 심대히 흔들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여당은 탄핵소추 발의 후 직무정지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현행 제도를 문제 삼았다. 또 탄핵소추가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 이를 추진한 세력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거대 야당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주장은 얼핏 보면 일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정 운영이 탄핵소추로 인해 마비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이유, 그리고 탄핵소추권을 더 신중히 행사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방향성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역효과를 불러올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탄핵소추, 권력 견제장치의 본질을 흐리다
탄핵소추권은 국회의 권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민감한 도구다. 이는 단순히 정권이나 개인의 일탈을 처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입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고, 권력 남용 및 통제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탄핵제도의 실질적 발동은 대한민국 역사에서도 몇 차례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의 기각 여부를 떠나, 탄핵소추를 통해 권력의 남용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행정부 관료나 고위 공직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현행 탄핵소추 제도가 국정을 마비시킨다고 주장하는 여당의 논리는, 이를 지나치게 이해관계의 문제로 축소하는 위험을 내포한다.
정치적 판단 속에서 탄핵소추가 "무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삼권분립을 방해하거나 마비시키는가에 대한 근본적 입증은 부족하다. 오히려, 탄핵소추권 자체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권력 견제의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민·형사상 책임 부과? 권력 남용을 심화시킬 도구
여당의 또 다른 제안은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된 경우 탄핵소추를 주도한 국회의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이다. 이런 접근은 의외로 위험천만하다. 탄핵 발의를 단순히 개인적 책임의 문제로 환원시킨다면, 대의적으로 국민을 대표하여 결정된 의회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책임 부과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입법 권력과 탄핵 권력은 심각한 위축에 직면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다수 여당이 원하는 결과를 획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는 장기적으로 어떤 정부에서든 의회를 강하게 위축시키고 삼권분립의 근간을 훼손하는 선례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남발’을 막는다며 ‘남용’을 부른다
여당은 최근 몇 년 동안 탄핵 발의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남발의 우려"를 강조한다. 지난 2년 8개월간 30건의 탄핵이 발의되었지만, 이 중 결국 기각 혹은 각하된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그들의 주장에 근거를 더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상황을 "탄핵소추권 남용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발의 과정과 사법적 결과는 엄연히 다르다. 발의는 정치적 판단과 국민적 의지가 반영된 절차일 뿐, 최종 심사와 판단은 사법부에 맡겨진다. 즉, 수많은 탄핵발의 사례가 존재한다고 해서 그 자체를 남용이라 결론지을 수 없다. 이 점은 의회 정치의 본질에서 비롯된 정상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당이 지적하는 대로 "거대 야당"이 탄핵소추권을 발휘한 빈도가 높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연 그것이 야당의 무책임 때문인가, 아니면 여당의 권력 운용 방식이 불러온 반발 때문인가?
◇견제와 균형: 잊지 말아야 할 교훈
지금의 논의는 단순히 탄핵소추권 하나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삼권분립, 대의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재검토하게 하는 계기다.
권력은 견제받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오만해진다. 어느 한 기관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는 순간, 민주주의는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다. 탄핵소추권의 제한은 의회 권력을 약화시키고, 권력 견제의 사슬을 끊는 위험한 도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 보완이라는 명목으로 본질을 흔드는 접근이 아니라, 권력 기구 간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성찰이다.
우리 사회가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번 논란을 두고 어느 쪽이 옳은지를 판단하기 전에 우리는 묻고 답해야 한다. "누군가의 도둑질을 막기 위해, 주인을 흠집 내는 무기가 필요한가?"
대답은 분명하다. 권력은 남발로부터 견제받아야 하지만, 견제를 제한함으로써 그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균형이라는 섬세한 줄타기 위에서야 비로소 꽃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