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문가의 좌절, 관료주의에 막힌 혁신의 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고충, 정부기관과의 갈등이 남긴 질문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은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직종 중 하나다.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들은 기술과 지식의 첨단을 달린다. 하지만 그들이 민간 기업에서 정부 사업에 관여하며 마주하는 현실은 때로는 답답함과 좌절의 연속이다. 최근 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온라인에 올린 글은 전문가들이 겪는 고충과 관료주의의 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적 푸념을 넘어, 우리 사회의 혁신과 관료 체계 간 충돌을 돌아보게 한다.
그는 민간 기업 소속으로 정부 사업에 참여하며, 상위 기관인 정부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문제는 그 기관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그는 대화 몇 분 만에 상대의 전공 지식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수준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문제를 제기하면 이해조차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아는 것을 과시하며 가르치려 든다. 여러 기관이 모인 회의에서는 이론적 근거도 없이 권력으로 누르려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그가 문제점 10가지를 지적해도 하나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로 성과를 강변하는 모습은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을 짓밟는 경험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몇 년간 공들여 만든 사업이 주변에서 인정받기 시작하자, 정부기관이 권력을 앞세워 이를 가로채려 한다는 점이다. 유저들에게 천대받으며 몇 년간 설명하고 결과를 보여줘 겨우 신뢰를 얻었는데, 이제 유저들은 왜 사업이 진행되지 않느냐며 그에게 묻는다. 그는 상위 기관 공무원 때문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의 걱정은 단순한 사업 중단이 아니다. 만약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어렵게 쌓아온 유저들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무시당했고, 심지어 그의 선배들마저 그 기관의 해결 능력과 스킬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한 선배는 “그들이 네가 말하는 것의 10%도 이해 못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상황은 더 복잡하다. 그의 전공자 상사는 이 문제를 이해하지만, 기관 간 관계와 특정 인물의 피해를 우려해 강하게 나서지 못한다. 비전공자 상사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상대 기관 담당자는 자신의 고충만 늘어놓는다. 그는 결국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의 글은 두서없지만, 그 속에는 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좌절, 그리고 혁신을 가로막는 관료주의에 대한 깊은 답답함이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고충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들이 관료 체계와 충돌하며 겪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처럼 전문성을 요하는 직종은 소수의 연구직으로, 후배도 없고 신임 교수들과의 관점 차이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기관과의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전문성 부족과 권력 중심의 태도는 혁신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 된다. 그의 좌절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와 관료 체계 간 소통 부재가 낳은 결과다.
혁신은 전문가의 지식과 열정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 혁신이 관료주의의 벽에 막히고, 권력에 의해 좌절된다면, 결국 피해는 시민과 사회 전체로 돌아온다. 그가 우려하듯, 잘못된 방향의 사업이 실패하면 유저들의 신뢰는 무너지고, 어렵게 쌓아온 성과는 물거품이 된다. 정부기관은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권력이 아닌 이론과 데이터로 대화해야 한다. 전문가의 좌절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관료 체계도 변해야 한다. 그의 고민, 내려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혁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질문으로 남는다. 전문가의 열정이 관료주의에 묻히지 않도록, 더 나은 소통과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