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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공기관의 '내 돈 아닌 돈' 증후군

양상현 기자 2025. 4. 14. 21:16

시설관리공단의 무분별한 인력 증원과 수의계약 편중이 보여주는 민낯

지방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이제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최근 동두천시의회에서 터져 나온 시설관리공단 관련 폭로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단이 현원 29명에서 무려 31명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가, 의회의 지적 후 5명으로 슬그머니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단순한 실수나 오판이 아닌, 공공기관에 만연한 '내 돈 아닌 돈' 증후군의 전형적 사례다.

공공기관의 인력 운영은 민간 기업과 달라야 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효율성과 긴축 경영이 기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동두천시설관리공단은 출범 당시 기존 공무원을 전환 배치하겠다던 약속은 지키지 않고, 새로운 인력을 채용했다. 그것도 모자라 두 배 이상 인력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의회의 지적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31명의 새 직원이 세금을 축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행태는 어디서 비롯될까? 바로 '내 돈이 아니니까'라는 안일한 인식이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기에 예산 낭비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방만 경영을 견제해야 할 시 집행부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공단 관리를 위한 팀을 하나 더 만들었다니, 이는 비대해진 몸에 지방을 더 얹는 격이다.

공공기관의 문제는 인력 운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의계약 편중 문제도 심각하다. 동두천시의 전문건설업 수의계약 현황을 보면, 특정 업체에 계약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 업체가 연간 계약 건수의 58%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공정한 기회 제공이라는 공공계약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물론 업무 능력이 뛰어난 업체에 더 많은 기회가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특히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관내 업체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한 번도 계약을 따지 못해 타 지역으로 떠나는 업체들이 있다는 것은 지역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편중 현상이 불필요한 의혹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업체에 계약이 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과정은 투명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은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민간보다 더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것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기본 책무다.

동두천시의 사례는 비단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많은 지방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인력은 계속 늘어나고, 예산은 방만하게 집행되며, 계약은 특정 업체에 편중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책임 소재의 불명확함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방만 경영이 곧바로 실적 악화와 책임자 교체로 이어진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그렇지 않다. 예산이 낭비되어도, 인력이 비대해져도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구조에서는 '내 돈 아닌 돈' 증후군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원인은 견제 시스템의 부재다. 동두천시의 경우, 의회의 지적이 없었다면 무분별한 인력 증원이 그대로 진행됐을 것이다. 이는 시 집행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공공기관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공공기관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모든 결정과 집행에서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종종 조직의 이익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동두천시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공공기관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더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내 돈 아닌 돈'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모든 예산과 인력 운영, 계약 집행에서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공공서비스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