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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방의회와 집행부, 견제와 균형의 경계는 어디인가

양상현 기자 2025. 4. 14. 21:20

양주시 '과·팀장 업무간담회' 논란이 드러낸 지방자치의 민낯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집행부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의회는 이를 감시하고 견제한다. 그러나 이 경계가 모호해질 때, 갈등은 불가피하다. 최근 양주시에서 벌어진 '과·팀장 업무간담회' 논란은 이런 경계의 모호함이 빚어낸 전형적인 사례다.

한 시의원이 시 집행부 과장과 팀장들을 의회로 불러 간담회를 개최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자리였지만, 집행부 입장에서는 월권이자 월경(越境)으로 비쳤다. 더구나 해당 의원에게 차기 시장 출마설이 돌고 있다는 점이 이 간담회에 정치적 해석을 더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절차적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의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의회의 견제 기능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집행부의 자율성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은 어디인가?

의원의 입장에서는 시민의 목소리를 행정에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본분이다. 복잡한 현안일수록 여러 부서가 함께 모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간담회는 정당한 의정활동의 일환일 수 있다. 그러나 방식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집행부에 공문 한 장 보내지 않고 진행된 단독 집단 간담회는 상호 존중의 원칙에 어긋난다.

반면 집행부의 반응도 과도했다. '행정의 자존심'이라는 이름으로 의회의 활동을 제약하려는 시도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다만 그 방식이 상호 존중과 협력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논란은 지방자치 현장의 민낯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견제와 균형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개인적 감정이 얽혀 있다. 해당 의원이 시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점, 그가 특정 정당의 '저격수'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이 이 사안을 단순한 의정활동 이상의 것으로 만들었다.

지방자치의 성숙은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의회와 집행부는 서로를 적으로 여기기보다 협력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견제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발목 잡기나 정치적 공세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집행부도 의회의 견제를 불필요한 간섭으로 여기기보다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양주시 사례는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30년 가까이 지방자치를 실시했지만, 여전히 견제와 균형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있다. 이는 비단 양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시민을 위한 것인가'다. 의회든 집행부든 그들의 존재 이유는 시민이다.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공통의 목표라면, 견제와 균형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양주시의 '과·팀장 업무간담회'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이 건설적인 대화와 성찰의 계기가 되어, 보다 성숙한 지방자치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방자치는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갈등과 시행착오를 통해 더 나은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양주시의 사례가 우리 지방자치의 발전에 작은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