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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1주기, 우리가 기억해야 할 봄의 무게

양상현 기자 2025. 4. 17. 03:20

국가의 책무와 안전사회에 대한 성찰

봄이 열한 번 찾아왔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이 차가운 바다에 잠긴 그날 이후로 계절은 무심하게 돌아왔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던진 메시지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전원 구조 뉴스 자막을 보며 안도하던 순간부터, '세월'이라는 단어를 영영 잃어버릴 듯 참담했던 나날..." 이 문장은 당시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집단적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거짓 희망에서 절망으로 추락하던 그 순간들이 아직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생채기로 남아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이 전 대표가 지적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에 관한 부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거꾸로 더 퇴행했다"는 비판은 단순한 정치적 공세를 넘어선다.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안전사고들은 이러한 지적이 공허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각자도생 사회"라는 표현은 현대 한국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공동체의 안전망이 약화되고 개인이 모든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현실에서, 대형 참사는 필연적으로 약자에게 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한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이들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1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질문한다.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어떤 경제적 이익과 효율성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원칙은 왜 그토록 지키기 어려운가?

이 전 대표가 말한 "모두에게 두터운 국가의 보호막"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우리 사회가 함께 지향해야 할 가치다. 세월호의 봄을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한 사회를 향한 약속을 갱신하는 일이다.

열한 번째 봄, 우리는 여전히 그날의 무게를 안고 산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게를 함께 나누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채 피지도 못한 꽃들을 위해, 우리는 더 나은 봄을 만들어갈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