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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법 개정안 국회 재표결서 부결... '2인 체제' 장기화 우려

양상현 기자 2025. 4. 17. 18:38

의사정족수 3인 규정안 찬성 192표로 3분의 2 미달... 여야 대치 속 방통위 정상화 난항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의 최소 의사정족수를 3인으로 규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17일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이로써 방통위의 '2인 체제'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날 재표결에서 방통위법 개정안은 총 299명 투표 중 찬성 192표, 반대 104표, 무효 3표를 얻었다. 재표결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가결 요건이나, 찬성표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이번에 부결된 법안은 방통위 회의 최소 의사정족수를 3인으로 하고, 의결 정족수는 출석위원 과반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앞서 이 법안은 구(舊)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지난달 18일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 정원은 5명이지만, 여야 대치로 국회 몫 3명의 추천이 이뤄지지 않은 채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의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족수 부족으로 주요 안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 방통위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방송통신 정책 전문가인 김모 교수는 "방통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방송통신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방송사 재허가나 중요 정책 결정이 지연되면서 업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 관계자는 "의사정족수를 3인으로 낮추는 것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위원을 추천해 5인 체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관계자는 "방통위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이라도 필요했다"며 "여당이 정치적 이유로 법안 통과를 막아 방통위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법안 부결로 당분간 2인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도 가능한 업무는 최대한 추진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위원 추천이 이루어져 정상적인 5인 체제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업계에서는 방통위 기능 마비로 인해 방송 재허가 심사, 방송광고 규제 개선, 미디어 산업 지원 정책 등 주요 현안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야가 정치적 대립을 넘어 방통위 정상화를 위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 논리가 국민 이익을 저당 잡는 방통위의 공백 사태
2인 체제의 장기화가 의미하는 방송통신 정책의 표류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마비가 장기화되고 있다. 17일 국회에서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3인으로 낮추는 법안이 재표결 끝에 부결되면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단 두 명만으로 운영되는 '2인 체제'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공백을 넘어 우리 사회의 정보 흐름과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이라는 현대 사회의 핵심 인프라를 관장하는 독립기구다. 방송사 재허가부터 통신 정책,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플랫폼 규제까지 그 역할은 광범위하다. 이런 중요한 기구가 정치적 대립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다. 5명으로 구성되어야 할 방통위 상임위원 중 국회 몫 3명의 추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야는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위원 추천을 미루거나 거부하며, 그 사이 방통위는 의사결정 기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번에 부결된 법안은 임시방편이었다. 의사정족수를 3인으로 낮춰 당장의 기능 마비는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치 논리에 막혀 무산됐다. 여당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현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통위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방송 재허가 심사가 지연되면서 방송사들은 중장기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통신 정책의 불확실성은 관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정책 공백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국내 산업 보호를 어렵게 만든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재허가 심사가 미뤄지면서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결국 콘텐츠 제작과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토로했다. 통신업계 역시 5G 정책과 주파수 할당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야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방통위 정상화를 위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방통위뿐만 아니라 다른 독립기구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독립기구의 공백은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방통위와 같은 기구는 정치적 중립성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서 그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립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치적 대립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기능은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나 영국의 Ofcom(방송통신규제기구)은 여야 대립 속에서도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방통위와 같은 독립기구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기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위원 추천 시한을 명확히 하고 이를 어길 경우의 대안을 법제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방통위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야는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기간 산업의 발전과 국민의 정보 접근권 보장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방통위 정상화는 단순히 한 기구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정치 논리에 국민의 이익이 저당 잡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방통위가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야는 이제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