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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R2v3, 단순 분리수거를 넘어 ESG까지 아우르는 새 기준입니다”

양상현 기자 2025. 4. 22. 23:22

IT자산 재활용기업 리맨 구자덕 대표가 말하는 R2v3 인증의 변화와 의미



R2v3는 최근 국내 IT 재활용 업계에서 부쩍 자주 들리는 이름이다. 데이터 보안, 환경·근로자 안전, 그리고 글로벌 ESG 경영의 흐름까지 포괄하는 이 국제 인증을 국내에서 미리 준비해 취득한 리맨의 구자덕 대표를 만났다. ITAD(IT 자산처리) 산업이 맞이할 변화의 파고, 그리고 현장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양상현 기자(이하 양 기자): 최근 R2v3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진 배경부터 여쭙고 싶습니다. 기존의 인증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구자덕 대표(이하 구 대표): R2는 ‘Responsible Recycling’의 약자인데, 단순히 전자 폐기물을 잘 처리하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데이터 삭제, 재사용, 환경과 안전, 규제 준수까지 전 과정을 다루는 종합적인 국제 표준입니다. 기존의 ISO인증은 품질, 환경, 정보보안, 안전 등 각각의 분야별 관리체계라면, R2v3는 실제 IT기기 폐기나 재사용 현장에 바로 적용되는 실무적 기준을 모두 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죠.

양 기자: 한국의 전자기기 재활용 실태는 어떻습니까?  

구 대표: 현행 폐기물 관리 체계는 주로 가전제품 등 물리적 폐기 중심이에요. 디지털 기기라 해도 정보보안 문제, 어떻게 데이터를 완벽히 지워내고 추적할지, 근로자 안전이나 환경 책임 문제까지 입체적으로 챙기는 공식 인증제도는 없었습니다. ITAD업계 입장에서는 “왜 이런 규정이 도입되지 않지?” 하는 아쉬움이 오래 있었죠.

양 기자: 리맨이 R2v3 인증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시한 요점은 무엇이었는지요?

구 대표: 특히 데이터 보안과 근로자 안전, 환경 관리 시스템에 신경을 썼습니다. R2v3의 핵심은 ‘완전한 투명성’이고, 흔히 말하는 데이터 삭제만 해서는 안 되고, 어떤 설비에서, 누가, 어떻게 처리했고, 모든 과정이 문서로 남아야 하죠. 또한, 인쇄회로기판이나 배터리, 수은 부품처럼 유해물질은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추적해야 하고, 하위 업체로 넘겼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이 부분은 업계에서도 가장 문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양 기자: R2v3는 어떤 사업장에 현실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현장의 변화도 궁금합니다.

구 대표: 실제로 R2v3는 핵심 요구사항 10개에 더해, 데이터 삭제, 다운스트림 관리, 기능 테스트와 수리 등 특징적 영역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삭제는 유형별·민감도별로 삭제 방식을 달리하고, 작업공간 보안도 CCTV 설치 등 물리적 요건이 맞아야 하고요. 또 다운스트림, 즉 폐기 이후의 경로 관리도 까다로워졌습니다. 공급망 전체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인증이 나오지 않죠.

양 기자: 해외 트렌드와 비교해 한국 ITAD 시장은 어떤 수준에 있습니까?

구 대표: 북미, 유럽 쪽은 이미 R2, eStewards 등 표준이 산업 필수 조건입니다. 국내에서도 R2v3 취득 기업이 늘면서 신뢰성도 함께 높아질 것 같아요. 이제는 고객 입장에서도 단순히 폐기물 처리 위탁만이 아니라 "데이터는 안전하게 지워졌는지, 최종 재활용 경로까지 투명한가"를 확인하는 시대입니다. ESG 경영이 보편화된 글로벌 환경에선 기업, 기관, 심지어 공공까지 이런 기준을 요구하고 있고요.

양 기자: 마지막으로, R2v3 인증이 가진 산업 현장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구 대표: 한마디로 신뢰와 책임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IT 자산을 분리수거하는 수준이 아니라, 데이터 유출 방지부터 환경, 근로자 안전 등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제도죠. 앞으로 R2v3 같은 표준이 국내에서도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게 산업 전체의 도약이자,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R2v3는 단순히 국제인증 한 줄을 더 얹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지우는 기술, 환경을 지키는 운영, 안전을 챙기는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구 대표의 말 속에는 한국 IT 자산 재활용 산업에 전환점이 가까워졌다는 확신이 묻어났다.

양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