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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분형 주담대' 도입 추진... 현금 1억8천만원으로 10억 아파트 구매 가능

양상현 기자 2025. 4. 24. 11:34

주택금융공사가 최대 40% 지분 투자... 하반기 시행 목표로 1천호 시범사업 준비



주택 구매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가 기존 대출 방식이 아닌 '지분 투자' 개념을 도입한 '지분형 주택담보대출'을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주택금융공사가 주택 가격의 최대 40%를 지분 투자 형태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본지가 입수한 상품 설계안에 따르면, 지분형 주담대는 기존 주택담보대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최대 40%인 4억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6억 원만 구매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이 6억 원 중에서도 최대 70%(담보인정비율 기준)인 4억 2천만 원까지는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어, 실제로는 현금 1억 8천만 원만 있으면 10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지분형 주담대는 가계부채 증가 없이 주택 구매를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이 아닌 투자 형태로 참여함으로써 가계부채 증가 없이 내 집 마련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부채를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정책금융이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지분형 주담대가 바로 그 대안인 셈이다.

다만 이 상품에는 몇 가지 특징과 제약이 있다. 우선 주택금융공사가 지분을 갖는 만큼 사용료를 내야 한다. 사용료는 투자금의 연 최대 2%로, 4억 원 지분 투자를 받았다면 연간 8백만 원(월 약 67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일종의 임대료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주택 매각 시에는 정산 과정이 필요하다. 집값이 올랐다면 차익을 지분율대로 나눠 갖게 되며, 반대로 집값이 떨어졌을 경우 손실은 주택금융공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거주 기간에는 제한이 없으며,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2년마다 주택금융공사의 지분을 매입해 자신의 지분을 늘릴 수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지분형 주담대는 영국, 호주 등에서 시행 중인 '공유 지분 주택' 개념과 유사하다"며 "초기 자본이 부족한 젊은 층의 주택 구매를 돕는 동시에, 정부 입장에서는 가계부채 증가 없이 주택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주택이 이 상품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역별 중위 가격을 기준으로 서울 10억 원, 경기 6억 원, 지방 4억 원 이하 주택만 허용할 방침이다. 이는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구매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형 주담대는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주택금융공사가 투자 위험을 일부 부담하는 구조"라며 "집값 하락 시 손실을 공사가 떠안는 만큼, 대상 주택과 지원 규모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상품을 위해 주택 1천 호를 시범 사업 대상으로 삼았으며, 필요 재원으로 최대 4천억 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선 이후 정책 방향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 상품이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분형 주담대가 도입되면 초기 자본이 적은 사람들의 주택 구매가 늘어날 수 있지만, 결국 주택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공급 확대와 함께 추진되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5월 중 지분형 주담대의 세부 운영 방안을 확정하고, 6월부터 시범 사업을 위한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