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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경제의 위기 신호, 1분기 역성장의 경고음

양상현 기자 2025. 4. 24. 20:42

수출·소비·투자 트리플 악재에 갇힌 성장 엔진

한국 경제가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GDP 성장률은 -0.2%로,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는 신호탄일 수 있다.

지난 4분기 연속으로 성장률 0.1% 이하를 기록한 한국 경제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수출, 소비, 투자라는 경제의 세 바퀴가 모두 헛돌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은 -1.1%, 민간소비는 -0.1%, 설비투자는 -2.1%, 건설투자는 -3.2%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당초 전망했던 올해 1.5% 성장률 달성은 점점 요원해 보인다.

경제학자 김태현 교수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며 "특히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한 현상은 과거 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내수가 부진해도 수출이 버텨주거나, 수출이 부진해도 내수가 받쳐주는 패턴이었으나, 지금은 양쪽 모두 힘을 잃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수출 부진은 특히 우려스럽다.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의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시사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말처럼 "한국은 본질적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이기 때문에, 무역 긴장은 큰 역풍"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민간소비가 -0.1% 감소한 것은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오락문화, 의료 등 서비스 분야의 소비 부진은 가계의 지갑 사정이 빠듯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에 정부소비마저 -0.1%를 기록하며 재정 여력도 제한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 부문의 침체는 더욱 심각하다. 건설투자 -3.2%, 설비투자 -2.1%의 감소세는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 투자 감소는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시사한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를 미루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0.4%로 GDP 성장률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교역 조건 악화로 국내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우리 경제의 '지갑'이 더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의 정책 대응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고물가와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여력은 제한적이다. 재정정책 역시 국가부채 증가 우려로 대규모 확장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금은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다 구조적 개혁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규제 혁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신산업 육성 등 중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인구 감소, 생산성 정체,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만 고집해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1분기 역성장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경고음이다.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또한 고령화와 저출산에 대응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노동시장 개혁도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1분기 역성장이라는 경고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