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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조계 '끼리끼리 문화'가 만든 특권의 민낯

양상현 기자 2025. 4. 25. 12:45

검사 사위, 판사 친구, 그리고 무너지는 사법 정의

민요풍의 해학적 글귀 속에 담긴 뼈아픈 풍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다. 추미애 국회의원이 25일 올린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제목의 글은 겉으로는 장모가 사위를 자랑하는 듯한 형식을 빌렸지만, 그 속에는 우리 사법체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다.

"요양병원 보조금 수십억 떼먹고, 공범들은 다 징역 살아도, 판사 친구 잘 통하니, 알아서 날 무죄석방했지." 이 구절은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최근 법조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끼리끼리 문화'와 '법조 카르텔'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조계의 '끼리끼리 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같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같은 사법연수원 기수, 같은 검찰청 근무 경력 등 다양한 인연으로 맺어진 법조인들의 네트워크는 때로 정의의 저울을 기울게 만든다. 이런 네트워크가 범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의라 부를 수 없다.

"법조계의 폐쇄적 문화는 오랜 시간 동안 쌓인 구조적 문제입니다. 같은 학교, 같은 기수라는 이유로 서로를 봐주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는 사법 정의를 훼손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특히 검사와 판사 사이의 '친분'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혹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같은 사법연수원 출신으로 한때 동료였던 이들이 각각 검사와 판사가 되어 법정에서 만날 때, 그 관계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유독 승소율이 높다는 통계는 우연이 아닙니다. 이들은 검찰 시절 형성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 관계자의 지적이다.

추 의원의 글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했다고, 장모 계좌와 녹음이 나왔다고 해도, 누가 날 수사할 수가 있어"라는 구절이다. 이는 법조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수사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꼬집는다. 실제로 법조인 가족에 대한 수사가 다른 사건에 비해 더 신중하게, 때로는 더 느슨하게 진행된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는 '검사 가족 사건'을 다룰 때 특별히 주의하라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는 동료의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특권 의식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검사 사위 들일려면, 돈을 많이 모아야지"라는 구절은 법조인이 되는 과정 자체가 이미 특권층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고액의 학원비, 로스쿨 등록금, 그리고 장기간의 준비 기간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은 법조인 진입 장벽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법조계의 계층 재생산으로 이어진다.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컨설턴트는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이미 법조인 가족 배경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정보 접근성, 경제적 지원, 그리고 멘토링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법조인이 특권 의식을 가지고 있다거나, 모든 판결이 불공정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많은 법조인들이 양심과 정의감으로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 자체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는 개인의 양심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한 대학 교수는 "법조계의 폐쇄성과 특권 의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조인 양성 과정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법조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고, 판사와 검사의 인사 교류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추 의원의 풍자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법은 정말 모든 이에게 평등한가? 법조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혹은 '판사 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법의 심판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의라고 할 수 없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훼손될 때,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고 법치주의의 기반이 흔들린다. 추 의원의 풍자적 글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법조계의 '끼리끼리 문화'와 특권 의식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으며, 진정한 사법 정의를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속담은 두 가지 이득을 한꺼번에 취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법조계의 특권 의식이 만들어내는 '꿩 먹고 알 먹는' 현실은 결코 축하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를 갉아먹는 부패의 온상이다. 이제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모든 국민이 진정으로 법 앞에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