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박선영 위원장, 과거사 가해자 옹호 논란 확산
5·18 북한군 개입설 발언 이어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옹호 행보에 피해자 단체 반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박선영 위원장의 과거 발언과 행보가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박 위원장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과거 인권침해 가해자를 옹호해왔다며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논란은 박 위원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진실 여부를 모른다"고 발언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5·18기념재단과 5·18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등 공법단체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5·18 북한군 개입설을 두둔하는 박선영 위원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진실화해위지부도 "극우 유튜버 수준의 망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극우적 신념이 기관의 존폐보다 우선이라면, 즉각 사퇴하고 5·18 희생 영령 앞에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직후 SNS에 "파렴치한 범죄자들 처리를 못 했기 때문에 오늘날 나라가 이 모양이다.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자들이 판치는 대한민국, 청소 좀 하고 살자"는 글을 올렸다. 그 직후인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박 위원장을 진화위 수장에 임명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박 위원장의 임명 직후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반란수괴가 임명한 진화위원장 박선영 반대 공동행동'은 "박선영은 윤석열 계엄을 동의하고, 사회관계서비스망에 댓글을 다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하며 반란수괴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다. 그는 2020년 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보다 더 지독한 주사파"라고 비난했으며, 같은 해 2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권은 국민을 갉아먹는 기생충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박 위원장이 진화위가 조사해야 할 과거 국가폭력 가해자들을 옹호해왔다는 점이다. 제주4·3사건과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되는 이승만, 인혁당 사건 등 인권탄압의 주범인 박정희,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을 지시한 전두환을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미경 대전산내골령골 피학살자유족회장은 "국가가 나서서 이승만이 무슨 짓을 했는지 죄상을 알리고 꾸짖어도 부족한 마당에 이승만 기념관을 세우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승만을 영웅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석희 태안유족회 회장도 "이승만의 공적이 많다 하더라도 결코 전국을 학살터로 만든 죄악을 상쇄할 수는 없다. 유가족들은 이승만을 용서한 적 없고 국가 또한 피학살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1월에는 박 위원장이 진화위 전 직원들에게 박정희·전두환을 옹호하는 자신의 저서 <내가 누구냐고 묻거든>을 임의로 배포해 논란이 됐다. 이 책에서 박 위원장은 전두환 사망 직후 이순자를 만난 감회를 적으며 전두환·이순자 부부의 '순애보와 부부애'를 칭송하고, 이들을 애국자처럼 묘사했다.
진화위 직원들은 즉시 이 책을 반납하며 "이 책은 '과거사 진실규명과 국민통합에 기여'라는 위원회의 임무수행에도 저해가 된다"고 밝혔다.
한편 진화위는 지난 3월 26일 1970~80년대 이뤄진 해외입양사건 일부를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국가의 공식사과를 권고했다. 그러나 전체 367건 중 98건에 불과했고, 이 중 42건은 '진실규명'이 아닌 '보류' 결정을 받았다.
당시 이상훈 상임위원은 "개인적으로는 어제 위원회 차원의 결정이 유감스럽고 반쪽짜리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동의할 수 없다"며 "국가의 방치 속에 수십 년 동안 각종 불법과 탈법이 발생했는데, 진화위가 그 안에서 피해자를 감별하고 피해에 대한 등급을 매긴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해외입양인 한분영 씨는 "자료가 없다는 것이 해외 입양의 본질이다. 진화위는 자료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우리 입양인들을 영원한 불확실성 속에 남겨두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역사학자 김성수 <함석헌 평전> 저자는 "박선영은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을 좌파빨갱이로 몰아 '군·경이 오인실수해 죽였다'며 군과 경찰의 민간인학살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며 "편협된 역사논리로 민간인학살을 좌우대결로 결론짓고, 이승만 정권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의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희석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진화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국가는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가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법적·정치적 화해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박 위원장이 국가폭력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진화위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