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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행료 동결, 도민을 위한 결정인가 생색내기인가

양상현 기자 2025. 3. 20. 22:30

– 민자도로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경기도가 일산대교, 제3경인 고속화도로, 서수원~의왕 고속화도로의 통행료를 동결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도민의 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속에서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결정이 얼마나 한계가 뚜렷한 ‘미봉책’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근본 해결 없이 반복되는 ‘통행료 동결’ 쇼

경기도의 민자도로 통행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민자도로는 운영사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주기로 요금을 인상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를 동결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몇 년 후 한꺼번에 통행료를 올릴 명분만 쌓아주는 셈이다. 이번에도 결국 운영사와의 협상이 아닌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제3경인 고속화도로와 서수원~의왕 고속화도로는 불과 6개월 전 요금이 올랐다. 이미 한 차례 인상을 감내한 도민들에게 또다시 요금을 올리기 부담스러우니, 일단 멈춘 것뿐이다. 마치 큰 결단을 내린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상은 당연한 조치일 뿐이다.

◇일산대교 무료화, 언젠가 될까?

경기도는 일산대교 무료화를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이라는 말 자체가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문제는 ‘무료화’라는 정책이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일산대교를 무료화하려면 운영사인 한강유역환경청과의 협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운영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결국 경기도가 예산을 투입해 보상해야 하는데, 그 재원이 어디서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무료화 약속은 수년째 공중에 떠 있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민자도로의 ‘이윤 보장’ 시스템이 문제다

이 문제의 본질은 민자도로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현재 민자도로 운영 방식은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즉, 사업자는 시간이 지나도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이며, 정부(또는 지자체)는 도민의 부담을 고려해 매번 ‘통행료 동결’이라는 임시방편을 내놓는다. 결국 비용 부담은 그대로 시민들의 몫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행료 동결’이라는 단기적 조치가 아니라, 민자도로의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는 일이다. 운영사의 과도한 수익 보장을 조정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경기도가 특정 민자도로를 매입해 공공 도로로 전환하거나, 일정 기간 운영 후 무료화하는 ‘수익 공유 모델’을 도입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남는 건 도민의 부담

경기도는 마치 큰 결정을 내린 듯 발표했지만, 이번 통행료 동결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도민들은 여전히 비싼 요금을 내야 하고, 운영사는 수익 보장을 받으며, 정부와 지자체는 ‘통행료 동결’이라는 명분으로 생색을 낸다. 결국 가장 손해를 보는 건 도민들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민자도로 정책은 도민에게 절대 유리할 수 없다. 단순한 동결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만큼은 진짜 다를 것"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경기도는 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