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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영재교육원 개강, 44명의 영재들 꿈을 향한 여정 시작

양상현 기자 2025. 3. 28. 10:28

AI·코딩부터 비경쟁 과학토론까지... 미래인재 육성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 눈길



경기도 포천교육지원청부설 영재교육원이 지난 27일 개강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포천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강식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44명의 영재교육 대상 학생들과 학부모, 지도교사들이 참석했다.

올해 영재교육원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각 1개 학급, 중학교 1~2학년 통합 1개 학급 등 총 5개 학급으로 구성됐다. 3월 개강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약 9개월간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 교육과정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민주시민 게임 제작 코딩', '햄스터봇 코딩', '레고 활용 코딩', '인공지능' 등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함께 '과학실험', '수학과 과학의 원리 탐색', '미생물 세계', '파동의 원리' 등 기초과학 탐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또한 '비경쟁 과학토론' 등 인문·인성 프로그램도 마련해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영재교육원에 입학한 초등학교 5학년 김모 학생은 "AI와 코딩에 관심이 많은데, 영재교육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배울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성숙 포천교육장은 "포천 영재교육원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가진 기초역량을 키우고 창의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라며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발굴하고, 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과학, 정보, 수학 등의 융합프로그램뿐 아니라 인문, 인성 프로그램도 균형 있게 구성했다"며 "특히 올해는 AI 교육과 코딩 교육을 강화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천교육지원청부설 영재교육원은 매년 학교장 추천과 영재성 검사, 심층면접 등을 통해 영재교육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무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영재교육원 수료 후에는 경기도교육청 산하 고등영재원이나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으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영재교육, 선발의 특권에서 성장의 기회로 전환해야
-포천 영재교육원 사례로 본 미래교육의 방향성과 한계

포천교육지원청부설 영재교육원의 개강 소식은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미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44명의 학생들이 '영재'라는 이름표를 달고 특별한 교육과정에 입문했다. 이들은 AI와 코딩, 과학실험, 비경쟁 과학토론 등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 소식 이면에는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교육적 질문들이 숨어있다.

영재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44명의 학생들만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이를 통해 개발된 교육 방법론과 콘텐츠가 모든 학생들에게 확산되기 위한 시범사례인가? 현재 우리의 영재교육은 전자에 가깝다. 학교장 추천, 영재성 검사, 심층면접 등 여러 관문을 통과한 소수의 학생들만이 누리는 특권처럼 운영되고 있다.

포천 영재교육원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민주시민 게임 제작 코딩', '인공지능', '비경쟁 과학토론' 등 미래사회에 모든 학생들이 경험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이런 교육이 왜 '영재'로 선발된 학생들에게만 제한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물론 영재교육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잠재력과 재능에 맞는 맞춤형 교육은 분명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 기회가 '선발'이라는 좁은 문을 통해서만 주어진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선발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들은 영재교육이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포천 영재교육원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적 혁신이 왜 영재교육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만 시도되어야 하는가? 일반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이러한 혁신적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진정한 의미의 영재교육은 '누가 영재인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잠재된 재능을 어떻게 발견하고 키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핀란드나 싱가포르 같은 교육 선진국들은 이미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개인화된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영재'와 '비영재'를 구분하기보다, 모든 학생이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포천 영재교육원의 교육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AI와 코딩, 창의적 문제해결, 비경쟁 토론 등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모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이러한 교육이 소수의 '선택된' 학생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 모든 교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영재교육원은 교육적 실험실로서의 역할을 넘어, 그곳에서 개발된 혁신적 교육 방법론과 콘텐츠가 일반 교육 현장으로 확산되는 허브가 되어야 한다. 44명의 학생들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의 교육을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의 미래는 소수의 '영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데 있지 않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포천 영재교육원의 사례가 단순히 44명의 학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교육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