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헌법재판관들,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었나
탄핵 선고 지연이 보여주는 사법부의 자기기만과 책임 회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계속 미루는 동안, 대한민국은 끓는 냄비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냄비 속에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개구리는 다름 아닌 헌법재판관들이다. 104일째 이어지는 이 비정상적 상황에서, 그들은 과연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헌법재판관들은 지금 역사의 심판대 위에 서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기능 정지라는 명백한 헌정 질서 파괴 행위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개구리처럼, 자신들의 결정 지연이 가져오는 국가적 혼란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헌법재판소는 왜 이토록 결정을 미루는가? 혹시 '똑똑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들의 법리적 논리와 사법적 독립성이라는 좁은 틀 안에 갇혀, 바깥 세상의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법리적 검토에 필요한 시간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가?
헌법재판관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왜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가? 왜 명백한 헌정 질서 파괴 행위에 대한 판단을 이토록 미루는가?
산불은 전국을 휩쓸고, 경제는 불확실성에 떨고, 국제 관계는 표류하는데,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신중한 검토'라는 미명 하에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것이 과연 신중함인가, 아니면 책임 회피인가? 헌법재판관들은 자신들의 결정 지연이 국가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지연이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이미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거나, 최소한 결정을 회피하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법부 전체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헌법재판관들은 자신들이 내릴 결정의 역사적 무게를 두려워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안일수록 더욱 단호하고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기관이다. 그것이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의 존재 이유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 역시 헌법재판소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헌재의 권한쟁의 인용 결정이 30일째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자신들의 결정이 무시되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것이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기관의 모습인가?
헌법재판관들은 이제 냄비 속 개구리의 우화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개구리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결정 지연이 가져오는 헌정 질서의 위기와 국민적 불신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헌법재판소는 그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선고 기일을 즉각 지정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길이며, 끓는 냄비 속 개구리의 운명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역사는 그들의 결정뿐만 아니라,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까지도 기록할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이여, 당신들은 지금 어떤 개구리인가? 끓는 냄비 속에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개구리인가, 아니면 우물 안에서 세상을 제한적으로 바라보는 개구리인가? 국민은 당신들이 진정한 헌법 수호자로서의 용기와 지혜를 보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기다림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기다림은 분노로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