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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들, 회생법원에 조기변제 탄원서 제출

양상현 기자 2025. 3. 29. 02:10

"MBK 사재출연 없는 상거래채권 변제 약속은 기만적"... 금감원장도 "거짓말" 지적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ABSTB) 피해자들이 28일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변제 포괄허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홈플러스가 지난 21일 발표한 '상거래채권 전액 변제' 약속이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회생법원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황인성)는 이날 오전 11시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화전단채를 회생법원이 포괄허가해 준 홈플러스 협력업체 납품대금을 피해자들이 대신 지급해준 목적자금으로 인정하여 즉시 조기변제 결정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황인성 비대위 위원장은 "홈플러스가 지난 21일 상거래채권이라고 인정은 했으나, 여전히 회생계획 내에서 전액 변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회생계획 내에서 변제하면 전액 반환도 조기 변제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면서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0일 카드 3사(롯데, 현대, 신한)와의 만남에서 '사재출연 없다', '우선변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면서도, 다음날인 21일 상거래채무 전액 변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금융당국과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26일 "홈플러스가 4000억 원 원금을 전액 보장한다는 건 제가 보기엔 거짓말"이라며 "MBK파트너스를 믿을 수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금감원장은 또한 "MBK파트너스는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고 있다"며 "손실은 사회화시키고 이익은 사유화시키는 방식에 대해 국민 불신이 있고 감독 당국도 똑같이 불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채무자회생법상 상거래채권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홈플러스의 '상거래채권 전액 변제' 약속은 "공염불이고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회생개시 신청 당시처럼 재판부에 포괄허가 대상에 유동화 전단채를 물품 대금 지급을 위한 상거래자금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재판부의 승인을 받으면 조기 변제가 가능하다"며 "그런데 홈플러스는 그런 의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월 4일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하면서 협력업체와의 약속이행, 소비자 및 고객과의 약속이행, 근로자와의 약속이행은 포괄허가로 즉시 지급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바 있다. 비대위는 유동화전단채도 이와 같은 포괄허가 대상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상임대표는 "홈플러스의 상거래채권 변제 약속은 현재 사기죄 피소 등으로 인한 수사를 막아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 김병주 회장(17%), 김광일 부회장(24.8%)이 사재출연 등 자구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뿐"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A씨(58)는 "평생 모은 노후자금 2억 원이 하루아침에 묶여버렸다"며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45)는 "자녀 결혼자금으로 마련해둔 돈이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비대위 이의환 상황실장은 "피해자들은 지금 하루하루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평생 모은 자산, 은퇴자금, 노후자금, 자녀 결혼자금, 주택구매자금, 질병 치료자금, 법인의 직원급여 등 운전 설비자금이 없어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홈플러스 측은 "회생계획안에 유동화전단채 투자자들에 대한 변제 방안을 포함시킬 것"이라며 "법원과 협의하여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회생절차에서 채권의 성격과 변제 순위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며 "홈플러스가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실제 변제 가능성은 법원의 판단과 회생계획안의 내용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날 피해자들이 직접 손글씨로 작성한 탄원서를 회생법원에 제출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