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익과 사익 사이, 권력자의 투자가 말해주는 것
최상목의 미국 국채 투자가 드러내는 이익 충돌의 민낯
권력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개인 재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그의 판단과 결정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나침반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비서실장이 작년에 2억 원 상당의 미국 국채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미국 경제의 안정과 번영에 베팅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투자 결정은 자유다. 그러나 한 국가의 경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가 외국 국채에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한 개인 투자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최상목의 입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상황이 자신의 투자에 '이익'이 된다. 이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그가 의도적으로 한국 경제에 해를 끼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라도 자신의 이익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판단이 기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익 충돌(conflict of interest)은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 중 하나다. 공직자가 국익과 사익 사이에서 갈등할 때, 과연 어느 쪽을 우선시할 것인가? 역사는 이런 갈등 상황에서 사익을 선택한 권력자들로 인해 국가가 쇠퇴한 사례로 가득하다.
조선 말기 매국노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외세에 빌붙어 자신의 권력과 재산을 지키려 했고, 결국 나라를 팔아 사복을 채웠다. 물론 현대의 상황을 조선 말기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국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권력자'라는 본질적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상목의 미국 국채 투자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적절한가, 윤리적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고위 공직자라면 법적 기준을 넘어 윤리적 기준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가 경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다면, 자신의 투자가 국익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이익 충돌이 단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권력층 전반에 이런 성향이 만연하다면, 그것은 국가의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자국 경제보다 외국 경제에 더 많은 이해관계를 가진 지도층이 국가 정책을 결정한다면, 그 나라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 그들이 내리는 결정이 과연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까?
매국노라는 표현은 강하고 감정적인 단어다. 그러나 그 본질은 '나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를 가리킨다. 이런 성향의 권력자들이 국정을 주도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가의 근간은 서서히 약해진다. 그들의 결정이 항상 국익에 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자명하다.
최상목의 미국 국채 투자는 단순한 개인 재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권력층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어디에 충성하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시민들은 주시해야 한다. 그들의 말이 아닌 행동, 특히 돈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진실이 드러난다.
권력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그의 진정한 애국심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자국 경제의 미래보다 외국 경제의 번영에 더 많은 돈을 걸고 있다면, 그의 결정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시민 각자가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