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병과 동두천 시민이 함께 심은 3천 그루의 희망

2025. 4. 5. 14:18카테고리 없음

"한 삽 한 삽이 동두천의 미래"...제80회 식목일 현장을 가다


봄비가 내린 뒤 촉촉해진 흙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던 4월 2일, 경기 동두천시 탑동동 산림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제80회 식목일을 맞아 동두천시청 직원 100여 명과 미2사단 장병 40여 명, 그리고 지역 기관과 단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낙엽송 3,000본을 심는 대규모 식목 행사가 열렸다.

"자, 이렇게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넣은 다음 흙을 채워주세요." 박형덕 동두천시장이 직접 삽을 들고 시범을 보이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삽을 들었다. 파란 작업복을 입은 시청 직원들과 군복 차림의 미군 장병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땀을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나무 심어봐요. 한국의 전통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미2사단 소속 제이슨 밀러(27) 상병은 서툰 한국어로 소감을 전했다. 그의 손에는 이미 흙이 묻어 있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산비탈을 따라 줄지어 선 참가자들은 두 명씩 짝을 이뤄 나무를 심었다. 한 명이 구덩이를 파면 다른 한 명이 나무를 심고 흙을 덮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작업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미군 장병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참가자들과 호흡을 맞춰갔다.

"우리 동두천은 미군 부대가 있어 한미 협력이 중요한 도시입니다. 오늘 함께 나무를 심으며 우정도 심었다고 생각합니다." 박형덕 시장의 말에 미2사단 대표로 참석한 마이클 존슨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를 심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우리 미군도 동두천의 미래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존슨 중령의 말에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나무 심기는 4시가 되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참가자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지만, 3,000본의 낙엽송이 산비탈에 줄지어 심어진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나무들이 자라면 10년 후에는 멋진 숲이 될 거예요.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죠." 동두천시 관계자는 "낙엽송은 성장이 빠르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이 지역에 적합한 수종"이라며 "향후 이 지역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낙엽송은 소나무과에 속하는 침엽수지만 가을에 낙엽이 지는 특징이 있으며, 경제적 가치도 높아 건축재는 물론 내장재, 합판, 목공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나무 심기를 마친 후에는 현장 한편에 마련된 텐트에서 다과회가 열렸다. 따뜻한 차와 간식을 나누며 참가자들은 오전의 노고를 달랬다. 시청 직원과 미군 장병들이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업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무를 심고 나니 뿌듯하네요. 몇 년 후에 이 나무들이 자란 모습을 보러 와야겠어요." 시청 환경과 이지영(35) 주무관의 말에 주변 동료들이 공감을 표했다.

동두천시민 이수진(48) 씨는 "아이들에게 더 푸른 동두천을 물려주기 위한 의미 있는 행사"라며 "내년에는 학생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박형덕 시장은 "오늘 우리가 심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동두천의 미래를 더욱 푸르게 밝혀줄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자연을 지키고 가꿔나가는 다양한 환경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함께해서 더 푸른 동두천"을 외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산비탈에 줄지어 심어진 어린 낙엽송들은 봄바람에 살랑이며 동두천의 푸른 미래를 약속하는 듯했다.

한편, 동두천시는 이번 식목 행사를 시작으로 4월 한 달간 다양한 나무심기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