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5. 17:53ㆍ카테고리 없음
계엄 선포 의도 선해하고 야당 비판한 83쪽 이후 내용 논란... 법조계 "불균형한 사실관계 기술" 지적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면서도 결정문에 계엄 선포의 의도를 선의로 해석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역사적 문서가 될 헌재 결정문이 윤석열의 불명예를 덮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파면을 선고했다. 그러나 결정문 83쪽 이후 부분에서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의도를 선의로 해석하고, 야당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라며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의도를 선의로 해석했다.
더 나아가 "설령 야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하여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데 이르렀다고 판단하였더라도, 헌법재판소에 정당의 해산을 제소할 것인지를 검토할 수 있었다"고 언급해 야당이 위헌정당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헌법학자 김태현 교수는 "헌재가 윤석열의 계엄 선포 행위를 위헌으로 판단하면서도, 그 의도와 목적을 선의로 해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히 야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언급한 부분은 현존 야당이 위헌정당일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사실관계를 극도로 불균형하게 기술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거듭되었고", "야당이 주도한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로 인하여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행사가 탄핵심판 중 정지되었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검찰 및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한 폭압 통치, 이태원 참사나 채 해병 사망 사건에서 보인 무능·무책임한 행태, 부안 잼버리, 부산 엑스포 유치 등에서 드러난 무능력 등 윤석열의 실정과 무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전직 헌법재판관 출신 A 씨는 "헌재 결정을 포함한 법적 판단은 사실의 인정이 있고, 그 사실에 터잡아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며 "사실의 인정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히지 않으면 결정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헌법학자들은 이번 헌재 결정이 역사적 문서로서 후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헌법학자 박민우 교수는 "후세의 사가들은 헌재 결정문을 중요한 사료로 취급할 것"이라며 "이 결정문으로 인해 윤석열은 현실의 법정에서는 내란의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역사의 법정에서는 그 오욕과 불명예를 변명하고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헌재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탄핵 기각 결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 2월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으면서도, 한덕수의 임명 부작위에 대해서는 위헌이기는 하나 탄핵 결정을 정당화할 사유는 아니라는 모순된 판단을 내렸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헌재 결정문 83쪽 이하의 내용이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헌법학자 이정훈 교수는 "헌재 결정의 무게는 당대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그 무게가 있다"며 "불균형하고 불공정한 사실관계 기재가 역사적 문서에 영원히 남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헌법수호연대' 대표 최진영 변호사는 "이번 헌재 결정문의 문제점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나중에 또다시 야당과 정적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좋은 변명과 명분이 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정정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