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7. 01:17ㆍ카테고리 없음
"배신의 정의, 누가 진짜 배신자인가?"
배신자라는 단어는 감정적이고 자극적이다. 정치적 논의에서 이 단어가 등장할 때는 대개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상대방을 낙인찍어 논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최근 '배신자'라는 프레임이 한동훈 전 국민이힘 대표를 두고 덧씌워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며, 우리는 이 낯선 단어 뒤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배신이 무엇인지 묻게 된다.
김영우 전 의원의 이야기는 이 논란의 실상을 날카롭게 꿰뚫는다. 그의 주장은 단순하다. 법과 원칙,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라는 공화국의 본질적 가치를 배신하는 것이 진정한 '배신'이며, 이는 공동체의 지속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한동훈이 배신자인가, 아니면 배신의 대상을 잘못 설정한 혐오 정치가 문제인가?
◇배신자라는 프레임: 자유민주주의의 적인가?
한동훈 전 대표는 대통령의 여러 논란에 대해 침묵하거나 감싸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신자라는 꼬리표를 얻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한동훈이 배신한 것은 과연 누구이고, 무엇인가? 국민의 신뢰를 얻은 공직자가 가진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개인적인 의리인가, 아니면 공익과 법치에 기초한 의무인가?
배신자 프레임은 봉건시대의 언어에 다름 아니다. 개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던 시대의 그림자가 현대 정치에 스며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한 개인이나 특정 권력에 충성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 현대 공화국의 공직자는 개인적 의리가 아닌,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의 신임에 충성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을 기준으로 한 판단: 비난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칭송받아야 한다
정치적 현안에서 법을 지키고 원칙을 고수하며 때로는 권위를 거스르는 것이 배신의 낙인이 되는 사회는 공화국의 정신을 훼손하는 사회다. 한동훈이 특정 상황에서 대통령의 논란과 의혹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던 것은 공익의 가치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이렇게 묻는다. "법무부 장관이, 또는 고위 공직자가 특정 권력자와 개인적 유대를 지키기 위해 위법한 행동이나 침묵을 감수해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그렇지 않아야 한다.
정치 제도와 법은 공직자가 객관적인 눈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개인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의리나 감정적 충성심은 공직자의 의무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는 "공복(公僕)"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다. 이는 헌법에 기초한 원칙이기도 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다. 이러한 판단과 고민의 과정은 비난받아야 할 일이 결코 아니다.
◇헌법과 국민을 배신한 진짜 배신자는 누구인가
한동훈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목소리와는 달리,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헌법과 국민을 배신했는가"다. 공화국의 가치는 법과 헌법, 그리고 국민의 신뢰 위에 세워져 있다. 이를 배신하는 지도자나 공직자는 단순한 정치적 소모전을 넘어 그 나라의 근본을 위태롭게 만든다.
김 전 의원이 언급한 대통령의 의료 개혁, 해병대 사건, 국회 내 헬기 무장병력 동원 등은 공화국의 정신에 어긋나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권력의 비위를 맞추고 침묵하는 것이 '의리'이고 '국정의 안정'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교묘히 배신하는 행위일 것이다.
헌법적 가치를 외면하거나 법을 무시하는 정치적 행동은 '배신'의 극단적인 형태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특정 권력을 향한 충성이 아니다. 오히려 헌법의 수호와 국민 권익의 보장이 진정한 애국이며, 공화국 헌법 체제에 대한 궁극적 충성이기도 하다.
◇변화를 위한 논쟁: 논리가 아닌 프레임의 종말을 바라며
김영우 전 의원의 주장은 다시금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프레임에 갇힌 공론장은 더 이상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다. 논리와 사실 기반의 공론이 아니라, 감정적 프레임과 낙인이 지배하는 사회는 갈등과 혐오의 확대를 부추긴다. 이런 정치적 수사는 자유민주주의의 본질과 공화국의 따뜻하고 안정적인 기능을 마비시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지한 논쟁이다. 어떤 정책적 선택이 옳고 그른지, 어떤 공직자가 더 나은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개인적 감정과 얄팍한 프레임이 논리와 법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공화국을 지키는 것은 법과 원칙이다
김 전 의원이 던진 질문은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와 공화제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게 한다. 공화국의 일원으로서 우리 모두가 대답해야 할 질문이다. 진정한 배신은 무엇인가? 국민이 맡긴 막중한 책임을 져버리고, 헌법적 가치를 외면하며, 권력을 본위로 한 충성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배신이다.
대한민국의 공직자라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법과 원칙에 충실하며,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화국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이다. 프레임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으로 나아가는 정치와 국민의 성숙한 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