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7. 02:21ㆍ카테고리 없음
김경상 작가의 '유라시아 고대문명 사진기록 프로젝트' 80% 완료... "한국 고대사의 새로운 지평 열릴 것"
몽골 울란바토르 국립박물관에 전시 중인 고구려 동명성왕 석상이 한국 고대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몽골 동초원에서 발굴된 이 석상은 고구려의 영역이 몽골까지 확장되었다는 중요한 역사적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석상을 처음 봤을 때 가슴이 뛰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동명성왕의 모습이 몽골 땅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죠." 유라시아 고대문명 사진기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김경상 작가는 울란바토르 국립박물관에서 만난 석상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전했다.
석상은 높이 약 1.5m로, 고구려 특유의 조각 기법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박물관 측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기원후 3~4세기 유물로 추정하고 있다. 몽골 국립박물관 바트툴가 큐레이터는 "이 석상은 2010년 동초원 발굴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며 "고구려와 몽골 지역 간의 문화적, 정치적 교류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현재 '유라시아 고대문명 사진기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 고대사와 세계 고대문명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대장정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80%가 완료된 상태다.
"고조선과 고구려 고분벽화 사진집, 신라와 가야의 요람을 추적한 '유라시아 알타이의 길' 사진집, 그리고 마한과 가야의 묘제와 유물이 같은 세계 최초 철기문명 히타이트 사진집 '아나톨리아의 태양 히타이트 제국'은 이미 출간했습니다."
울란바토르 국립박물관의 전시실을 걷다 보면, 한국 고대사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유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동명성왕 석상 외에도 고구려 양식의 토기와 무기류, 장신구 등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유물들은 우리 역사가 한반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 전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김 작가는 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난 한 유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청동으로 만든 말 장식품으로,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는 형태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김 작가의 프로젝트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두루 아우른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와 아시리아, 이집트 문명, 트로이와 로마제국,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의 유적들까지 대부분 촬영을 마쳤다. 로마 르네상스 프레스코 명화와 폼페이 유적, 그리스 신화의 신전들도 카메라에 담았다.
"현장에서 유물을 직접 보고 촬영하는 것은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김 작가는 터키 안카라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에서 히타이트 유물을 촬영하던 순간을 회상했다. "히타이트의 철기 제련 기술이 한반도 가야 지역의 것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정말 흥분됐습니다."
앞으로 남은 작업은 이탈리아 에트루리아 문명과 트라키아 문명이 있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마케도니아의 유적과 박물관 촬영이다. 인더스 문명은 현재 50% 정도 완료된 상태로, 인도 뉴델리 박물관과 유적들은 이미 촬영했지만 파키스탄 지역은 아직 방문하지 못했다.
고고학자 박진우 교수(서울대)는 "김 작가의 프로젝트는 학술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며 "특히 몽골에서 발견된 동명성왕 석상은 고구려사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고대사가 유라시아 문명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우리 역사의 지평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 국립박물관을 나서는 길, 석양에 물든 몽골의 대지는 마치 수천 년 전 고구려 기마민족이 달리던 초원을 연상케 했다. 동명성왕 석상이 말해주듯, 우리 역사의 무대는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