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7. 03:33ㆍ카테고리 없음
데모당 당수의 노숙 장면에 시민의 따뜻한 손길, 그 뒤에 숨겨진 '반전'
봄볕이 내리쬐는 안국역 인근 보도. 한 남성이 겨울 점퍼로 상체만 가린 채 맨바닥에 누워 있다. 지나가던 할머니 한 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은박 담요를 꺼내 남성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덮어준다. 담요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가방으로 눌러놓고 할머니는 다시 길을 걷는다. 4월 4일 오전 10시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앞두고 안국역에서 벌어진 작은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 남성은 데모당 당수였다. 전날 밤부터 안국역에서 철야농성을 벌이던 그는 밤을 새운 피로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데모당 당원은 SNS에 사진과 함께 감동적인 글을 올렸다.
"지나가시던 어떤 할머님이 은박담요를 끌어다 당수님 다리를 덮어주시고 바람에 날리지 말라고 옆에 있던 가방으로 눌러주고 가셨습니다. 철야농성한 사실을 그분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알 수 없지만, 밤새 추위에 떨었을 당수님께는 깊이 잠든 시간에도 따스한 마음이 내리쬐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글은 데모당 그룹 채팅방에서 많은 당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이 감동적인 장면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반전'이 숨어 있었다.
데모당 당수는 후일 이 사건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추위와 소음 때문에 밤을 샜는데 해가 뜨자 기온이 급격히 올라갔어요. 더워서 겨울점퍼를 벗었죠. 잠이 몰려와서 9시쯤 눈이 너무 부셔 햇빛을 가리려고 점퍼로 상체를 가린 채 맨바닥에 누웠어요. 하체는 아무것도 덮지 않았죠."
그는 "자면서 '왜 이렇게 덥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가 담요를 덮어주신 거였어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할머니, 더웠지만 그래도 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철야농성에 함께 참여했던 데모당 김모 당원(34)은 "처음에는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시민들이 우리의 활동을 지지해준다는 느낌이었거든요"라며 "나중에 진실을 알고 모두가 웃었지만, 그래도 낯선 사람을 걱정해주는 할머니의 마음씨는 정말 따뜻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목격자 이모씨(28)는 "할머니가 담요를 덮어주시는 모습을 보고 '아,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록 당수님은 더웠다고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많은 네티즌들은 "작은 친절이 큰 감동을 준다", "서로 돌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데모당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에도 "진정한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모당 관계자는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의 작은 친절과 그 뒤에 숨겨진 반전 스토리는 긴장감 넘치던 파면 선고 당일의 작은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동시에 낯선 이에게 손을 내미는 시민의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