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 업무추진비 '이중 기재' 논란

2025. 4. 9. 12:23카테고리 없음

"단순 착오" vs "예산 유용"... 공공기관 회계 투명성 도마 위에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서 동일 시간대 이중 기재와 고급 식당 반복 이용 등 불투명한 예산 집행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단순 착오'로 결론 내렸지만, 시민단체와 지방의회에서는 공공 예산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사안이라며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공익제보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은 2023년 8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서울 여의도의 한 고급 일식당에서 총 5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문제가 된 식당은 대부분의 메뉴가 1인당 3만 원을 초과하는 곳으로,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과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한 '1인당 3만 원 이하' 기준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2023년 8월 9일 기록에서는 명백한 이중 기재가 발견됐다. 제1부교육감이 오후 12시 35분에 서울사무소 서기관 등과 식사했다는 기록이 있는 동시에, 불과 2분 후인 12시 37분에는 같은 인물이 의회협력과 업무추진비 대상자로도 등재된 것이다. 한 사람이 같은 시간에 두 곳에서 식사한 것으로 기록된 셈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서기관과 서울사무소장이 동일 인물이며, 회계담당자의 단순 착오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식사 참석자를 특정할 수 없으며,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익신고를 종결 처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소속 김모 의원은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는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예산이며, 기록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명백한 예산 유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익위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종결 판단을 내린 것은 무책임한 조치"라며 "도의회 차원의 행정조사 혹은 감사원 특별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산감시연대 박진호 대표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회계 실수가 아니라 공공기관 예산 집행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고위 공직자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제1부교육감은 기관 전반의 통상적인 조직운영, 대민활동, 유관기관과의 업무유대, 직원격려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이를 목적으로 기관운영업무추진비를 집행할 수 있다"며 "여의도 소재 일식당에서의 지출은 부기관장으로서 직무 수행목적에 맞게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동일 시간대 이중 기재라는 명백한 회계 오류가 발생한 점, 그리고 이를 감지하지 못한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의 실명 공개 의무화 △지출 금액 자동 검증 시스템 △청탁금지법과 연계된 전자 회계 플랫폼 △정기 외부 감사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행정투명성연구소 이정훈 소장은 "공직자의 청렴은 자율적 양심에만 맡길 수 없으며, 제도적 감시와 견제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단순 착오로 종결할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회계 시스템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업무추진비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내부 지침을 강화하고, 회계담당자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추가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민의 세금이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 착오'의 이름으로 묻히는 공적 책임
경기도교육청 업무추진비 논란이 보여주는 공공 회계의 민낯

2분의 시간 차.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곳에서 식사할 수 있을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의 업무추진비 기록에는 버젓이 적혀 있다. 오후 12시 35분과 12시 37분, 불과 2분 차이로 같은 인물이 두 건의 식사 대상자로 등재된 이 '이중 기재'는 단순한 행정 실수일까, 아니면 공적 자금의 부적절한 사용을 가리기 위한 의도적 조작일까?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를 '단순 착오'로 결론 내렸다. 경기도교육청도 "회계담당자의 실수"라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 사안을 단순히 사무적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너무 많다. 여의도의 고급 일식당에서 5개월간 5회에 걸친 반복적 지출, 1인당 3만 원을 초과하는 메뉴 가격, 그리고 명백한 이중 기재까지.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이를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익위는 "식사 참석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손을 들었고, 교육청은 "부기관장으로서 직무 수행목적에 맞게 집행했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공적 자금 사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해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문제를 덮는 데 앞장서는 모습이다.

'단순 착오'라는 말은 얼마나 편리한가. 이 두 단어는 마치 만능 방패처럼 공직사회의 크고 작은 비리와 부실을 가리는 데 자주 동원된다. 회계 장부의 오류,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 심지어 명백한 규정 위반까지도 이 '단순 착오'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는다. 그러나 공적 자금을 다루는 일에 '단순한' 실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원 단위까지 정확히 기록되고 검증되어야 하는 것이 공공 회계의 기본 원칙이다.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서 발견된 이중 기재는 단순한 개인의 윤리 문제를 넘어 우리 공공 회계 시스템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사람이 같은 시간에 두 곳에서 식사했다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기록이 1년 넘게 공식 문서로 남아있었다는 사실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형식적으로만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명백한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 취해진 조치다.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 대신 '단순 착오'라는 결론으로 사안을 종결 짓는 모습은 공적 자금 관리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다. 만약 민간 기업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떤 결과가 따랐을까? 회계 감사에서 이중 기재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심각한 회계 부정의 신호로 간주되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공직자의 청렴은 자율적 양심에만 맡길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견고한 제도적 장치와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의 실명 공개 의무화, 지출 금액 자동 검증 시스템, 정기적인 외부 감사 등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공직자 스스로를 보호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경기도의회 의원이 지적했듯이,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는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예산이다.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에 해당한다. 기록이 허위로 작성되었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 오류를 넘어 예산 유용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공공 회계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 착오'라는 편리한 변명 뒤에 숨지 말고,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을 모색해야 할 때다. 공직자의 청렴은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담보될 수 없으며, 투명한 시스템과 실효성 있는 감시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업무추진비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구체적인 제도 개선과 책임 있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단순 착오'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공공 회계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공적 자금을 다루는 모든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지갑에서 나가는 돈을 '단순 착오'로 잃어버린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공금은 결국 시민 모두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다. 그 무게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공적 책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