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0. 06:54ㆍ카테고리 없음
화려함 뒤에 숨은 진실한 삶의 가치를 되묻다
우리는 종종 '어른'이라는 단어를 나이 든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가볍게 사용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고 나면, 이 단어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한약사 김장하의 삶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진정한 '어른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존재였다.
처음 이 다큐멘터리를 접했을 때, 나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또 하나의 부자 미화 프로젝트가 아닐까? 선행을 과장되게 포장한 콘텐츠가 아닐까? 그러나 김주완 기자가 김장하의 측근들을 찾아다니며 발굴해낸 이야기들은 그런 의심을 차츰 무너뜨렸다. 그가 남긴 발자국은 화려한 업적이 아닌, 소리 없는 헌신의 흔적이었다.
남성당 한약방에서 박리다매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 자체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돈의 행방이 특별했다. 아픈 사람들을 상대로 번 돈으로 호의호식할 수 없다는 그의 철학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우리의 이익이 어디서 왔는지, 그 이익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하는가?
김장하가 스스로를 '반골'이라 칭한 것은 단순한 겸손함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정체성이었다. 항상 자리의 맨 끝이나 구석진 곳에 앉았고, 드러나는 자리는 모두 피했다. 이런 태도는 요즘 시대에 더욱 희귀해 보인다. SNS에 선행을 인증하고, 기부 행위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김장하의 삶은 역설적으로 더 강렬한 빛을 발한다.
그의 삶이 감동적인 이유는 그가 완벽한 성인(聖人)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가 보여준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던 노력 때문이다. "그 균형을 유지하며 살았으니 평생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은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선행을 하면서도 드러나지 않기 위해, 부를 가지면서도 검소함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성공'과 '선함'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비즈니스에서는 냉혹하게 성공을 추구하고, 그 후에 자선 활동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이중적인 태도가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김장하는 그 두 가지를 하나로 통합했다. 그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이미 사회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고, 그가 번 돈의 사용 방식 역시 그의 가치관과 일치했다.
김장하의 이야기가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영향력에 관한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깊은 진실을 담고 있다. 우리는 종종 영향력을 팔로워 수나 미디어 노출 빈도로 측정하지만, 진정한 영향력은 그런 표면적인 지표로 측정할 수 없다. 김장하가 도움을 준 사람들, 그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 그의 삶의 방식을 본받으려는 사람들—이것이 진정한 영향력의 본질이다.
'어른 김장하'를 통해 우리는 '어른'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어른은 단순히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자신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며,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다. 김장하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어른이었다.
이 다큐멘터리가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아마도 우리 각자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내가 가진 것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내 삶의 성공과 가치관은 일치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불편하지만, 우리를 성장시키는 질문들이다.
김장하의 삶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퍼져나갔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그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가 평생 피했던 주목을 받게 되었지만, 그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진정한 어른의 조건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김장하의 삶이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함 뒤에 숨은 진실한 삶의 가치,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