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한 그릇에 담긴 우리의 역사와 여성의 삶

2025. 4. 10. 09:26카테고리 없음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가 들려주는 음식 너머의 이야기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쫄깃한 떡과 어묵, 그 매콤달콤한 맛은 세대를 초월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떡볶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의 추억과 역사, 그리고 사회상을 담고 있는 문화적 아이콘이다. 정은정의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는 이런 떡볶이의 다층적 의미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그림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아동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여성의 삶을 떡볶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사회사적 가치를 지닌다.

'떡볶기'라는 1980년대 표기법부터 시작해 곤로, 연탄, 빨래판, 카세트 플레이어 같은 옛 소품들을 세심하게 묘사한 윤정미의 그림은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정겨운 풍경 속에서 떡볶이의 역사는 단순한 음식의 변천사가 아닌,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여성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책이 떡볶이를 여성의 역사와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단속반에 시달리는 엄마의 포장마차에서 딸의 어엿한 가게로 이어지는 서사는 한국 여성들의 고단했던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난 자립과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떡볶이가 왜 '여자들의 음식'이 되었는지를 남아선호사상, 산업화 시대 여성노동자의 형편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부분은 아동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회적 통찰을 제공한다.

이런 접근은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쌀떡볶이에서 밀떡볶이로의 변화는 단순한 재료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경제적 변화와 식문화의 변천을 반영한다. 이처럼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는 음식을 통해 역사와 사회를 읽어내는 '음식 인문학'의 좋은 예시가 된다.

또한 이 책은 세대 간 소통의 매개체로서 음식의 역할을 보여준다. 한 개 한 개 세어가며 떡볶이를 먹고, 플라스틱 바가지를 공유하며 어묵 국물을 퍼 마시던 시절의 풍경은 부모 세대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부모 세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창을 제공한다. 이런 세대 간 경험의 공유는 가족 내 대화와 이해를 촉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원을 넘어 정체성, 문화, 역사의 표현이 되었다. 특히 한국에서 떡볶이는 단순한 간식이 아닌, 집단적 기억과 정서를 담은 문화적 상징이다.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는 이런 떡볶이의 문화적 의미를 아이들에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사회사적 맥락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가치는 음식을 통한 지식 전달의 효과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역사, 사회, 문화에 대한 지식을 흡수한다. 떡볶이의 시작, 쌀떡볶이와 밀떡볶이의 차이,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 심지어 떡볶이용 만두의 특징까지 담은 이 책은 '식욕과 지적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교육적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불어 이 책은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갖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일깨운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떡볶이 한 그릇 속에 한국 사회의 변화, 여성의 삶, 경제적 변천이 담겨 있다는 사실은, 일상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아이들에게 주변의 평범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는 48쪽의 짧은 그림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겨운 그림과 친근한 소재 속에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여성의 역사를 담아낸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지식책으로, 어른들에게는 추억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두를 위한 그림책'이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다.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는 떡볶이라는 친숙한 음식을 통해 이런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아이들에게 음식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콤달콤한 떡볶이 한 그릇 속에 담긴 우리의 역사와 여성의 삶, 그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는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