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다시 그리다

2025. 4. 10. 10:11카테고리 없음

『우리 학교 ㄱㄴㄷ』가 보여주는 창의적 언어 놀이와 교육 공간의 재발견



학교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딱딱한 책상과 의자, 칠판과 분필 가루, 시험과 숙제... 많은 어른들에게 학교는 때로 무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김지영의 『우리 학교 ㄱㄴㄷ』은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학교의 모습을 한글 초성과 창의적인 단어 놀이를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다. 이 책은 학교를 놀이공원으로, 교실을 사파리로, 쉬는 시간을 롤러코스터로 변신시키며 교육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언어는 세상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특히 아이들에게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세상을 탐험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창의적 놀이의 장이 된다. 『우리 학교 ㄱㄴㄷ』는 이런 언어 놀이의 가능성을 한글 초성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보여준다. 원근감과 리듬감이 살아 있는 표지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 언어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의적 텍스트로 기능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학교라는 공간을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이다. 월요일 아침, 많은 아이들(그리고 어른들)에게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 속 아이는 '월요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구름 기차를 타고 등교하는 상상을 한다. 이처럼 일상적인 공간과 경험을 판타지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상상력은 아이들에게 학교를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닌, 모험과 발견의 장소로 인식하게 한다.

현대 교육에서 '공간'의 중요성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학교 건축과 교실 디자인이 학생들의 학습 경험과 정서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 ㄱㄴㄷ』가 보여주는 것은 물리적 공간의 변화 이전에, 그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의 전환이 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상상력 속에서 교실은 이미 사파리가 되고, 쉬는 시간은 롤러코스터가 된다.

이 책은 또한 학교 경험의 공유와 소통을 촉진한다. 또래 어린이들끼리, 교사와 학생 사이에, 그리고 학부모와 자녀 간에 학교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인식을 나누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너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니?"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대화는, 세대 간, 개인 간 학교 경험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출발점이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책이 제안하는 창의적 활동의 가능성이다. 책 속에서 언급되듯, 독자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학교에 대해 자신만의 『우리 학교 ㄱㄴㄷ』을 만들어볼 수 있다. 이런 활동은 단순한 독서를 넘어,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현대 교육에서 강조되는 '창의적 문해력'과 '자기표현 능력'을 자연스럽게 발달시키는 과정이다.

김지영 작가는 이미 '나'와 '친구'를 주제로 한글 초성을 활용한 『내 마음 ㅅㅅㅎ』, 『내 친구 ㅇㅅㅎ』를 출간한 바 있다. 이 시리즈는 아이들의 일상과 정서를 한글 초성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언어 학습과 정서적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새로운 그림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 학교 ㄱㄴㄷ』는 이런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학교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공통적인 경험의 장을 탐색한다.

교육의 본질은 결국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의 교육 시스템은 종종 이런 본질을 잊고, 표준화된 지식 전달과 평가에 치중하곤 한다. 『우리 학교 ㄱㄴㄷ』는 우리에게 교육의 본질을 상기시키며, 학교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의 상상력 속에서 학교는 이미 놀이공원이다. 현실의 학교도 그런 상상력을 존중하고 키워주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46쪽의 짧은 그림책이지만, 『우리 학교 ㄱㄴㄷ』는 교육과 언어, 상상력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언어 놀이책으로, 교육자와 부모에게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는 기회로, 그리고 모든 독자에게는 일상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는 창의적 계기로 다가갈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상상력의 힘을 일깨우며, 언어를 통해 세상을 재창조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