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1. 09:02ㆍ카테고리 없음
대선 정국에서 다시 불붙는 복지 패러다임 논쟁
대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두가 있다. 바로 '복지'다.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복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기본소득'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딤돌소득'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10일, 오세훈 시장은 마포구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열린 '디딤돌소득 간담회'에서 이재명식 기본소득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여유 있는 계층에는 별 의미 없는 금액이 지원되고, 어려운 가구에는 필요에 훨씬 못 미치는 무의미한 지원이 이뤄지는 비효율적인 복지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발언은 정책 비판을 넘어 대선 구도에서 복지 철학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신호탄이었다.
두 정책의 차이는 명확하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다. 반면 디딤돌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제도다. 쉽게 말해 한쪽은 '모두에게 조금씩', 다른 한쪽은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라는 철학의 차이다.
디딤돌소득의 가장 큰 특징은 근로 의욕을 꺾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생계급여는 소득이 발생하면 수급 자격이 박탈되어 일명 '복지 함정'에 빠지기 쉬웠다. 하지만 디딤돌소득은 소득 기준을 초과해도 수급 자격이 유지된다. 이는 수급자들이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2022년 7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지금까지 2,100여 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3년여간의 실험 결과, 8.6%가 더 이상 지원이 필요 없는 '탈수급'에 성공했고, 31.1%는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숫자로만 보면 분명 성과가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수급자들의 증언도 인상적이었다. 홀로 아이 넷을 키우는 한 여성은 "디딤돌소득은 안정적인 수입은 물론 일을 하더라도 수급 자격이 박탈될 걱정이 없어 안심하고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울 수 있는 고마운 정책"이라고 말했다. 일용직 노동을 하며 아버지 병간호를 하는 청년은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아 하루하루 생계가 걱정이었는데 디딤돌소득 지원을 받으며 불안과 걱정을 덜고 미래를 위한 취업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디딤돌소득이 기본소득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두 정책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가장 큰 장점은 행정 비용의 절감과 낙인효과 방지다.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복잡한 자격 심사가 필요 없고, 수급자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는다. 반면 디딤돌소득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자격 심사 과정에서 행정 비용이 발생하고 일부는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복지 정책은 결국 '효율성'과 '형평성' 사이의 균형 문제다.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면 선별적 복지가 유리하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관점에서는 보편적 복지가 더 공정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세훈 시장은 디딤돌소득의 전국화를 대선 핵심 공약으로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성과가 전국적으로 공평하게 나타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는데, 조기 대선이 되다 보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전국적인 소득 보장 실험은 서울시가 하기보다는 중앙정부가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 누가 다음 정권을 담당하더라도 이런 류의 소득 보장 실험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선에서 복지 논쟁은 정책 대결을 넘어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모든 이에게 최소한의 기본을 보장하는 사회인가, 아니면 필요한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사회인가?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실효성이다. 화려한 구호나 이론적 논쟁보다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디딤돌소득이든 기본소득이든, 그것이 진정한 '디딤돌'이 되어 어려운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의미가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복지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복지 철학과 구체적인 정책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선택은 국민의 몫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