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2. 23:33ㆍ카테고리 없음
- 계엄 비판의 외피를 쓴 권력 게임의 내막
정치는 말과 행간 사이에 진짜 의도를 숨기는 예술이다. 김영우 전 의원의 12일 페이스북 글도 예외는 아니다. 겉으로는 헌법 수호와 민주주의 가치를 외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당 내 권력 구도를 재편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엿보인다.
김 전 의원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직 대통령을 '위헌 대통령', '반민주 대통령'이라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헌재의 8대0 위헌 판결을 언급하며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듯하지만, 그의 진짜 타깃은 따로 있어 보인다.
"자신의 출마가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경선에 나서는 후보"라는 표현은 누구를 겨냥한 것일까? 여당 내에서 한동훈을 제외한 '윤심(尹心)'을 등에 업고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여러 후보를 향한 메시지로 읽히지 않는가.
더 흥미로운 것은 "대통령권한대행까지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소문은 또 무슨 정치괴담"이라는 대목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를 '괴담'으로 규정함으로써 한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의 이런 발언이 정말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여당 내 특정 후보를 견제하고 또 다른 후보에게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한 정치적 계산의 일환일까?
정치 현실은 냉혹하다. 계엄 사태로 인한 국민적 분노와 헌재의 위헌 판결은 분명 여당에게 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내 일부 세력은 '계엄 책임론'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지형을 만들려 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이 "이재명이 미워도 계엄 이후 국민의힘이 보여온 행태가 더 밉게 여겨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여당 지지층에게 "이재명을 막으려면 계엄과 거리를 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김 전 의원의 주장 중에는 경청할 만한 부분도 있다. 헌법과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정치 문화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순수한 헌법 수호의 외침인지, 아니면 여당 내 권력 투쟁의 한 수단인지는 좀 더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는 결국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대의명분과 실리 계산이 복잡하게 얽히는 장이다. 김 전 의원의 '염치론'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겉으로는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당 내 권력 구도를 자신이 줄을 섰다는 한동훈 후보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유권자들은 이런 정치적 수사의 이면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어떤 말을 하는지, 그 말의 진짜 수신자는 누구인지를 파악할 때, 비로소 정치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김영우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은 계엄 사태에 대한 비판이라는 외피를 쓴 여당 내 권력 게임의 한 장면으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