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연의 귀환, 우리가 잊은 회복의 시간

2025. 4. 14. 10:47카테고리 없음

개발 중단된 택지에서 발견한 생명의 끈질긴 의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은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흙벽이었다. 택지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수십 년 자란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베어지고, 폭파 작업으로 산의 형체마저 바뀌었던 그 자리에 이제 어린 초록이 돌아오고 있다.

인간의 계획은 중단되었지만, 자연의 계획은 멈추지 않았다. 이 작은 변화를 지켜보며 우리가 잊고 있던 중요한 진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그 산자락을 걸어보았다. 개발이 중단된 택지는 여전히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만 남아 있었지만, 그 주변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씨앗들이 뿌리를 내리고, 작은 묘목들이 제각기 자리를 잡아 새로운 숲의 기초를 다지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잎사귀들이 마치 환영한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생태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자연 천이'라고 부른다. 교란된 환경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안정된 생태계로 회복되는 과정이다. 인간의 시간으로는 더디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자연의 시간 속에서는 그저 필연적인 흐름일 뿐이다.

이 광경을 보며 문득 우리 사회의 모습이 겹쳐졌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리듬을 무시해왔던가.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넓게라는 구호 아래 생명의 터전을 밀어내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는 일을 당연시해왔다. 그러나 자연은 우리가 만든 빈틈, 우리가 포기한 공간을 다시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한 환경운동가는 "자연의 회복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에 야생동물이 돌아오고,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도시에 야생동물이 출현한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인간의 간섭이 줄어들자마자 자연은 자신의 영역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회복에도 한계는 있다. 완전히 파괴된 생태계, 오염된 토양과 물, 멸종된 종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택지개발이 중단된 산자락에 딱따구리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일부 상처는 치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 세대에서는 볼 수 없는 변화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발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발전이란 무엇일까? 더 많은 건물을 짓고, 더 넓은 도로를 만드는 것이 정말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고 있을까? 아니면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 이미 있는 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한 발전의 방향은 아닐까?

최근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그린 인프라'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자연의 기능을 도시 설계에 통합하는 접근법으로, 단순히 녹지를 늘리는 것을 넘어 생태계 서비스를 도시 기능의 일부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빗물을 관리하고, 대기를 정화하며, 생물다양성을 지원하는 자연의 능력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어린 숲은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인간의 계획이 중단된 자리에서 자연은 자신만의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겸손함을 가르치는 동시에, 희망을 준다. 우리가 잠시 멈추고 물러서면, 자연은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봄이 깊어가는 요즘, 그 어린 숲에는 산나물이 자라기 시작했을 것이다. 곧 바구니를 들고 나물을 캐러 가볼 생각이다. 물론 욕심내지 않고, 내년에도 다시 자랄 수 있도록 적당히만. 그리고 어쩌면 그곳에서 딱따구리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자연은 '스스로 그리하다'라는 뜻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아니 오히려 인간의 개입이 줄어들 때 더 잘 작동하는 시스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연에게 시간과 공간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공존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