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4. 14:36ㆍ카테고리 없음
지식과 권력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공공사업의 비극
4월 14일,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하소연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몇 년간 일구어온 사업이 인정받기 시작했는데, 상위 기관의 공무원들이 권력으로 밀어붙이며 사업을 가로채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글에서는 전문성 없는 권력이 만들어내는 비효율과 좌절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 사연은 단순한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전문성과 관료주의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비극,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공공 영역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자주 마주하는 벽이 있다. 바로 '이해의 벽'이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연구하고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밀어붙인다. "십 분만 대화를 해도 그 사람의 전공 지식 수준은 알 수 있는데,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라는 표현이 이를 잘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무시되고, 오히려 권력으로 눌러버리는 현실이다. 회의석상에서 "상위기관이라고 권력으로 누르려고 하는데 이론은 전혀 안 맞고 설명도 못하고..."라는 표현은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보여준다. 전문성보다 권력이, 논리보다 지위가 우선시되는 현실 말이다.
이런 상황은 단지 한 개인의 좌절로 끝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서비스의 사용자들, 즉 시민들이다. 해당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유저들에게 천대받으면서 몇 년간 설명하고 결과를 보여줘서 유저들이 인정하기 시작했는데..."라고 말한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사용자들이 다시 등을 돌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공공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다. 공공 서비스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공무원의 성과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인가? 전문가가 예측하는 문제점을 무시하고 진행된 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대개 그 책임은 희석되고, 남는 것은 낭비된 세금과 시민들의 불신뿐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런 상황에서 중간 관리자들의 딜레마다. "전공자의 상사는 이해는 하지만 기관 간에 관계와 그 기관 사람 한 명이 크게 다칠까 봐 걱정하고, 비전공자인 상사는 예산 문제로 강하게 이야길 못하고..." 이 문장은 우리 사회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잘 보여준다.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그것이 관료제의 함정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첫째, 공공 영역에서 전문성을 더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과 협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둘째, 공공 사업의 성과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나 예산 집행률보다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와 장기적 효과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셋째, 전문가들이 좌절하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냥 제가 내려놓고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지..."라는 고민은 많은 전문가들이 공공 영역을 떠나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는 결국 공공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하소연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전문성과 권력, 지식과 관료주의 사이의 갈등은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의료, 교육, 환경, 도시계획 등 모든 분야에서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진정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존중하고, 권력보다 논리가 우선시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관료들의 인식 전환과 시스템의 개선, 그리고 시민들의 관심에서 시작될 것이다. 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답답함이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변화를 위한 작은 촉매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