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4. 21:37ㆍ카테고리 없음
장흥농협 상임이사 선출 과정에 숨겨진 권력 게임
농협 상임이사 선출. 언뜻 보면 평범한 인사 절차에 불과하다. 그러나 양주시 장흥농협의 최근 상임이사 선출 과정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닌, 지역 내 권력 구도와 차기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 게임의 단면을 보여준다.
네 번의 임시총회. 두 번의 부결. 한 번의 보이콧. 그리고 마침내 이루어진 선출. 이 과정은 농협이라는 협동조합 내에서도 얼마나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최종 선출된 이월선 전 농협중앙회 포천시지부장이 원래 인사추천위원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김종문 전 상임이사의 인준이 두 차례나 부결되자 스스로 상임이사 후보로 나섰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농협 내부의 권력 역학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김종문 상임이사=이종혁 조합장' 등식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김 전 상임이사의 인준을 막음으로써 차기 조합장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농협 인사가 능력이나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내 세력 다툼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시사한다.
농협은 본래 농민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농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협동조합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종종 지역 내 권력 기반으로 작용하며, 조합장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농협 조합장은 평범한 협동조합의 대표를 넘어, 지역 사회의 주요 인사로 자리매김한다.
이런 맥락에서 상임이사 선출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상임이사는 조합장과 함께 농협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핵심 인물이다. 따라서 누가 상임이사가 되느냐는 조합의 운영 방향뿐만 아니라, 지역 내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흥농협의 사례는 또한 대의원들의 역할과 영향력을 보여준다. 대의원 50명 전원이 참석한 최종 임시총회에서 이월선 후보는 27표를 얻어 23표에 그친 김종문 후보를 제쳤다. 이는 대의원들이 그냥 거수기가 아니라, 농협 내 권력 구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주체임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4월 1일 임시총회에서 벌어진 '보이콧' 사태다. 과반수가 넘는 28명의 대의원이 불참함으로써 총회 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농협 내부에 명확한 이해관계와 세력 구도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농협의 이런 모습은 비단 장흥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많은 농협에서 비슷한 권력 다툼이 벌어진다. 이는 농협이 경제 조직을 넘어, 지역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장(場)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권력 다툼이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이며, 농협 내부의 건전한 경쟁은 더 나은 운영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경쟁이 농민의 이익보다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치우칠 때 발생한다.
장흥농협의 상임이사 선출 과정은 우리에게 농협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농협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조합원인 농민들의 이익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특정 세력의 권력 기반으로서인가?
네 번의 임시총회 끝에 이루어진 상임이사 선출. 이제 장흥농협은 새로운 조합장 하에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드러난 지역 정치의 민낯은 우리에게 농협의 역할과 지역 사회의 권력 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농협이 진정한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력 다툼을 넘어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장흥농협의 사례가 이런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