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의 저울, 권력의 무게

2025. 4. 15. 08:34카테고리 없음

10만 원과 500만 원 사이에서 드러난 정의의 이중잣대

법은 모든 이에게 평등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자, 정의의 근간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의 저울은 종종 권력의 무게에 따라 기울어진다. 최근 두 여인을 둘러싼 사건은 이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10만 원 식사비로 300만 원 벌금이 구형됐다. 다른 쪽에서는 500만 원 캣타워에 대해 침묵이 흐른다. 이 대비는 우연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김혜경 씨의 사건은 단순하다.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에게 제공한 한 끼 식사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면, 이런 잣대는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민 세금으로 수백만 원대 캣타워와 편백 욕조를 구매한 사례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이 미루어지거나 축소된다. 이런 대비는 많은 시민들에게 법 집행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두 여인의 태도다. 김혜경 씨는 법정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 단단한 미소 하나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권력의 칼날 앞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은 진정한 강인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미셸 오바마의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이 저급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품위 있게 나아가자는 이 말은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다.

법과 정의의 문제는 특정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에 관한 것이다. 법이 권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법이 아니라 권력의 도구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법의 형평성을 회복하고 정의의 가치를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권력의 논리에 법을 굴복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현 정부나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를 넘어,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은지에 관한 것이다.

10만 원과 500만 원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금액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법 적용의 불균형, 정의의 왜곡, 그리고 권력의 남용을 상징한다. 이런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시민들의 법에 대한 신뢰는 점점 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품격은 권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과 가치를 지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법정에서 보여준 김혜경 씨의 미소는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권력의 횡포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존엄의 표현이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법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권력의 크기에 따라 정의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는 미셸 오바마의 말을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그들이 저급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더욱 품위 있게 나아가야 한다.

10만 원 식사비와 500만 원 캣타워 사이의 대비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미래까지 결정하지는 않는다. 법의 저울이 다시 바로 서고, 정의가 권력의 무게에 흔들리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