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6. 00:38ㆍ카테고리 없음
국회 본회의장 앞에 선 시민들, 그 의미와 남겨진 과제
지난 주말,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앞 복도는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로 가득 찼다. 평상시라면 의원들과 관계자들만 오갈 수 있는 이 공간에 평범한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12월 3일 밤, 계엄군이 국회를 점령하려 했을 때 맨몸으로 저항했던 사람들이었다. '탄핵버스킹' 마무리 행사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자리는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시민은 "그날 밤 국회 앞에서 계엄군을 막아섰을 때는 두려움보다 분노가 컸다"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날의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참석자들은 행사 전 국회 곳곳을 돌아보며 12월 3일의 흔적을 확인했다. 계엄군을 태운 헬기들이 착륙했던 운동장, 군 재투입에 대비해 바리케이드로 세워둔 버스와 차들이 있던 잔디밭, 그리고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던 외곽계단의 창문까지. 이 모든 장소는 우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운 순간을 겪었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본회의장 문 앞이었다. 이곳은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들이 팔짱을 끼고 인간 방패를 만들어 계엄군의 진입을 막았던 곳이다. 한 참석자는 그 문을 바라보며 "이 문이 무너졌다면 우리 민주주의도 함께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2월 3일 밤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4개월의 시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험대였다. 계엄령 선포와 국회 점령 시도는 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고, 광장을 채웠으며, 결국 비상계엄 해제안 의결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정치학자는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저항이 있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민주주의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12월 3일과 그 이후의 시간은 시민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 사례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행사 참석자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 사태'를 종식시킬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했다. 내란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민주주의 제도의 보완, 그리고 시민 참여의 지속적인 확대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한 참석자는 "12월 3일 밤에 멈춰 있던 국민들의 일상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날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날 행사는 희망의 메시지로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연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 "우리가 함께하는 앞으로의 미래는 희망찰 것"이라는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 선 시민들의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그 권력이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를 벗어날 때 이를 바로잡는 것 역시 국민의 몫이다.
12월 3일의 기억은 우리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그날 밤 계엄군에 맞서 싸웠던 시민들, 그리고 이후 4개월 동안 거리와 광장을 지켰던 모든 이들의 용기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들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파수꾼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국회를 나서는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영웅들이었지만,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겸손함 속에 우리 민주주의의 진정한 힘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