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요죄의 정치적 남용, 국민의힘의 위험한 게임

2025. 3. 23. 14:10카테고리 없음

법적 정의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시대



정치권에서 법률 용어가 남용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강요죄'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사건은 그 도를 지나쳤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고발을 "탄핵 재판 결과 조작을 위한 협박"으로 규정하며 강요죄를 들고 나왔다. 이는 법적 정의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강요죄는 형법 제324조에 따라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성립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강요죄'는 그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미임명을 '위헌'으로 결정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헌재 판결 이행을 요구한 것을 강요죄로 몰아가는 것은 법리적 비약에 가깝다.

국민의힘의 이러한 대응은 단순히 법적 논쟁을 넘어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다. 강요죄는 상대방에게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고 이를 통해 의무 없는 행동을 강제해야 성립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요구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정당한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협박이나 강요로 몰아가는 것은 법률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고발이 정치적 공방을 넘어 일반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태도는 법률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위험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앞으로 세금 고지서를 받고 우체국 직원을 강요죄로 고발하는 당원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은 법률 용어를 남용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법은 국민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규범이지, 특정 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당 간 경쟁을 넘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적 논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법률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법치를 존중한다면,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태도를 재고해야 한다. 법과 정치가 분리되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