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행정 편의주의가 만들 어린이날 주차 대란

2025. 4. 18. 11:43카테고리 없음

시민 의견은 뒷전, 포천시의 독단적 행사 장소 결정



어린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축제의 날이어야 할 텐데, 경기 포천시에서는 벌써부터 한숨 소리가 들린다. 오는 5월 3일, 시청 광장과 체육공원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시의 결정에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동네 슈퍼에서 만난 이웃은 "아이들 데리고 어린이날 행사에 가고 싶은데, 주차는 어디에 하냐"며 걱정을 토로했다. 평소에도 주차 공간이 부족한 시청 일대에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하다. 주차 전쟁은 물론이고, 행사를 즐기러 온 아이들과 부모들은 혼잡한 도로를 헤매며 스트레스부터 받게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결정이 시민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시는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했다"고 말하지만,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몰린다는 뜻이고, 주차 수요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포천천의 하천변 주차장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있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얼마 전 오폭 사고 추모 총궐기 대회 때도 체육공원 앞 도로가 통제되어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그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같은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보인다.

포천에는 공설운동장, 반월아트홀, 포천아트밸리 등 넓은 주차장을 갖춘 행사 장소가 여러 곳 있다. 그런데도 왜 하필 시청 광장과 체육공원을 고집하는 걸까? 행정의 편의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시청 직원들이 출퇴근하듯 편하게 행사를 준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장소, 그게 바로 시청 광장이니 말이다.

시는 "매년 5월 5일은 장날이어서 하천변 주차장을 활용하기 어려웠는데, 올해는 행사를 5월 3일로 앞당겨 하천변 주차장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행사 준비를 위해 전날부터 도로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통 혼잡은 불가피하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행사를 맡은 업체조차도 "민원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문제를 예상했는데, 시는 왜 이런 결정을 고수하는 걸까?

지난해 인근 도시의 어린이날 행사를 취재했을 때, 한 지자체는 넓은 공원에서 행사를 열면서 셔틀버스까지 운영했다. 주차장에서 행사장까지 아이들이 걷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배려였다. 또 다른 지자체는 사전에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행사 장소를 결정했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행정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행정이란 결국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공무원들의 편의나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실제로 시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진정한 행정의 역할이다. 시청 광장에서 행사를 열면 시장이나 공무원들이 쉽게 참석할 수 있고, 언론 노출도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행사의 주인공인 아이들과 부모들이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주변 상인들이 영업에 타격을 입는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어린이날은 아이들을 위한 날이다. 행정 편의주의에 갇혀 아이들의 웃음을 빼앗는 일은 없어야 한다. 포천시가 진정으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사 장소를 재고해야 한다.

며칠 전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주차 걱정부터 하게 되니 차라리 다른 지역 행사에 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포천의 아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아도 자기 고장에서 즐겁게 어린이날을 보낼 수 있도록, 포천시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해본다.

행정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빛난다. 어린이날 행사 장소 하나를 결정하는 데도 시민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행정, 그것이 진정한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