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0. 23:05ㆍ카테고리 없음
우원식 의장의 4·19 참배가 던지는 과도기 정치의 화두
4월의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립 4·19민주묘지를 찾았다. 단순한 의례적 참배가 아니었다. 그의 메시지는 현재 한국 정치의 과도기적 상황과 맞닿아 있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65년 전 4·19의 교훈을 2025년 현재로 소환했다.
4·19혁명은 한국 민주주의의 원점이자 이정표다. 우 의장이 언급했듯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에서 일어난 최초의 시민혁명"이며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봉기해 정권을 쓰러뜨린 사건"이다. 이 혁명은 헌법 전문에 명시될 만큼 대한민국 정체성의 핵심 요소다.
4·19가 특별한 이유는 그 과정에 있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맞서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결국 대통령이 하야했다. 이후 100여 일간 과도정부를 거쳐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섰다. 이 과정은 오늘날 한국이 경험하고 있는 상황과 묘하게 겹친다.
우 의장의 "2025년 현재의 과도기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의 신임'을 받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곱씹어야 할 역사"라는 발언은 단순한 역사적 회고가 아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과도정부 성격을 띤 현 정부와 다가올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권에 던지는 경고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우 의장이 지적했듯 "4·19를 보고도 국민 무서운 줄 모르던 무도한 권력"은 이후에도 있었다. 그러나 "독재와 헌정 파괴 행위에는 반드시 국민의 저항이 따랐다." 부마항쟁, 5·18 광주, 6월 항쟁, 촛불 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과정은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4·19 정신의 핵심은 '국민 주권'이다.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국민의 뜻에 반하는 권력 행사는 결국 저항에 부딪힌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다. 이는 현재 과도정부를 이끄는 이들에게도, 다음 정권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4·19 이후의 과정이다. 이승만 하야 후 허정 과도정부는 권력 연장을 꾀하지 않고 새 헌법에 따른 선거를 통해 평화적 정권 이양을 이뤘다. 이는 오늘날 과도정부 성격의 현 정부에게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다. 과도정부의 역할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다음 선거를 통한 정상적인 민주주의 회복에 있다.
또한 4·19 이후 등장한 장면 정부가 결국 5·16 군사쿠데타로 무너진 역사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한 번의 승리로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는 경계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 의장이 "4·19라는 깃발은 100년이 되고 200년이 되어도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은 민주주의의 영속성과 함께 그 취약성을 동시에 상기시킨다.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각 정치세력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의 신임'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4·19의 교훈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역사 앞에 겸손한 자세는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이것이 우리 정치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4·19 정신은 단순히 기념하고 추모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정치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원칙이어야 한다. 국민 주권, 헌법 수호, 민주적 절차의 존중 - 이 가치들은 6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원식 의장의 4·19 참배와 메시지는 과거의 영웅들을 기리는 의례를 넘어, 현재 한국 정치의 과도기적 상황에 던지는 의미심장한 화두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4·19의 교훈이 2025년 한국 정치의 나침반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