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광훈의 대선 출마, 민주주의의 경고등인가

2025. 4. 20. 23:22카테고리 없음

내란 선동 혐의자의 정치 도전이 보여주는 극우 포퓰리즘의 위험한 확산



정치판에 또 하나의 폭탄이 투하됐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19일 광화문 집회에서 그는 자유통일당 후보로 나서겠다며 "차라리 이재명을 당선시키면 시켰지 국민의힘 8명 너네는 절대 당선 안 시킨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내란 선동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의 대선 도전이라니, 한국 정치사의 또 다른 기이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전광훈의 출마 선언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함의를 지닌다. 그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공수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체, 헌법재판관들 척결, 여의도 국회 해체"라는 그의 공약은 삼권분립과 헌법 질서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다. 이는 민주주의 제도를 파괴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자유통일당으로 모셔오겠다"고 공언한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윤석열의 정치적 복귀를 꿈꾸는 세력이 조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위험한 움직임이다.

전광훈의 대선 출마는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이라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이탈리아의 멜로니 등 세계 각국에서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을 자극하고, 단순하고 극단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특정 집단을 적으로 규정해 분노를 동원한다는 점이다.

전광훈의 출마가 실제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보수 진영 내에서 일정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광화문 집회에 모인 지지자들의 열기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에너지다. 이들이 국민의힘을 이탈해 자유통일당으로 이동한다면, 보수 진영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음 대통령을 만들 능력은 없어도 방해할 능력은 있다"는 전광훈의 발언은 그의 정치적 계산을 드러낸다. 당선을 목표로 하기보다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일종의 정치적 협박이자, 극우 세력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관철시키려는 시도다.

전광훈의 대선 출마는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민주적 제도를 해체하겠다는 세력이 공개적으로 정치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극단적 목소리가 정치권 일각에서 묵인되거나 심지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일부 후보들은 전광훈과 같은 극우 세력의 지지를 의식해 탄핵 부정 발언이나 헌법 질서를 훼손할 수 있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보다.

전광훈의 대선 출마가 실제로 이루어질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현상이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지만,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전광훈과 같은 극우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보다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