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87체제의 끝자락,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질문

2025. 4. 23. 11:34카테고리 없음

‘윤-이 체제’의 한계와, 한국 정치 교체의 가능성



정치권이 갈등의 극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김영우 전 의원의 목소리는 이 한계의 벽을 다시 한 번 또렷하게 드러낸다. 87체제, 국민이 피로감을 토로하는 기득권 정치가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끝장을 보자”는 방식으로 휘몰아친 시절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윤석열·이재명이라는 양측이 실질적으로 21세기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극심한 분열과 ‘방탄국회’라는 새로운 진풍경, 탄핵의 상식화 등으로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퇴임 후에도 자신의 보수적 세계관 속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당내 거의 절대적 지지율로 또 하나의 ‘이석열’ 체제를 꿈꾼다.

이런 현실에 국민들 표정은 한결같다. 실망, 피로, 그리고 무관심에 가까운 냉소까지. 더 이상 누구 편을 들고 싶지도, 내일을 이들과 함께 설계하고 싶지도 않은 기류가 짙다. 한 정치 평론가는 “기득권 정치는 기대를 놓은 시민 앞에서 자꾸만 자신들만의 구도로 세상을 쪼개려 드니, 이제 국민이 더는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영우 전 의원은 ‘정치교체’의 실질적 동력으로 한동훈이라는 인물을 지목한다. 그는 “단 한 번도 비상계엄의 칼을 뽑지 않은 대통령, 자신만을 위해 방탄국회를 연 적 없는 야당 대표가 있었던가”라며, 지금의 양쪽 리더십이 새로운 국민적 신뢰를 받긴 어렵다고 거듭 지적한다.

한동훈이라는 이름에 기대가 실리는 이유 역시 그에 대한 실질적 혁신, 극단의 정치 구도를 끊어낼 새로움 때문이다.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지금 국민은 과거형 정치 드라마에 더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늘 이 나라가 겪는 혼란은 단순히 ‘차기 대권’의 구도가 바뀐다는 얘기로 환원될 문제가 아니다. 87체제, 즉 민주화 이후의 낡은 정치 관행, 정치적 패권 게임이 진짜로 끝나야 한다. 그 위에서만 책임을 지는 정치, 미래를 고민하는 리더십, 그리고 시민의 일상에 닿는 ‘정치의 회복’이 가능하다.

이제 그 출발선 앞에서 다시 묻는다.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을, 왜 맡기려 하는가?”  

매번 되풀이된 정치적 피로와 실망 뒤에 비워둔 자리에, 누가 진짜 새 판을, 어떤 언어로 그려낼 수 있을지 기다릴 때다.  

정치는 결국 사람의 일이다. 지금 한국이 절실히 바라는 것도, 시스템만이 아니라 ‘변화될 수 있는 사람’의 등장이라는 평범한 진실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