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폭탄, 세계경제의 뇌관 되나

2025. 4. 24. 10:51카테고리 없음

한국 성장률 1%로 급락... 보호무역의 그림자가 드리운 글로벌 경제의 미래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불확실성의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IMF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2.8%로 하향 조정한 것은 그냥 숫자 게임이 아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세계 경제에 던진 충격파의 크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한국의 성장률 전망이 2.0%에서 1.0%로 반토막 난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관세는 단순한 무역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정치적 선언이자,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강력한 도구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고 나온 관세 정책은 단기적 충격을 넘어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IMF의 구린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단기적으로도, 중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스스로도 이 관세 전쟁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IMF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1.8%로 낮췄고, 이 중 0.4%p는 관세 정책의 직접적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25%에서 40%로 높아졌다는 평가다. 관세가 물가 상승을 부추겨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세는 결국 자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과 같습니다." 국제무역 전문가의 말이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결국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히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거대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 갈등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우리 수출품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가공된 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조인데, 미중 간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이 공급망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됩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 주력 수출 품목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어 우려가 큽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관세 전쟁이 단순한 경제적 갈등을 넘어 지정학적 대립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재건하려는 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인 무역 마찰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무엇보다 수출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흥 시장과의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내수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구조적 개혁도 필요하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 규제 혁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오랫동안 미뤄온 과제들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전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IMF의 이번 전망은 4월 4일 기준으로 작성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후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인상하고, 다른 국가들에 대해선 상호관세를 유예한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즉, 실제 상황은 IMF의 전망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구린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4월 9일 이후 미국과 중국 간의 양자 무역이 훨씬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경제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보호무역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세계 경제 질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은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과 번영의 새로운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세계 경제의 뇌관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 충격에 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화의 후퇴와 경제 블록화라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 대응책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장기적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