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세 장벽, 보호인가 고립인가

2025. 3. 26. 23:44카테고리 없음

보호무역의 득과 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국가는 각자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라는 장벽을 세운다. 관세는 국경을 지나오는 상품에 세금을 부과해 가격을 높이고, 자국의 생산자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이 단순한 해결책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관세의 존재 이유는 명백하다. 값싼 수입품이 범람하며 자국 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관세는 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감소시키며, 때로는 자국민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과연 '보호'의 역할을 다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진다.

◇자유무역의 혜택, 관세로 잃어버린 기회

경제학은 자유무역이 궁극적으로 더 큰 경제적 잉여와 효율성을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한 국가가 자국에서 생산 비용이 낮은 상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품을 들여오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는 더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생산자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리며 경제는 윈윈 구조를 실현한다.

하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인다. 소비자는 더 비싼 상품을 사야 하고, 수입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 상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가격은 상승하고 선택의 폭은 줄어든다. 소비자의 만족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수출국 또한 어려움을 겪는다. 관세로 인해 수입국으로 보내는 상품의 양이 줄어들고,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한다. 수출업체는 생산량을 줄이며, 이는 국가 차원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결국 관세는 양국 모두의 무역 이익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과도한 보호, 자국 산업에 독이 된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잠시 관세라는 울타리를 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이고 소극적인 접근이다. 관세는 일종의 '보호 비닐' 역할을 할 뿐, 자국 산업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관세라는 보호막에 안주한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보호받는 동안 혁신은 멈추고, 생산성은 낮아져 결국 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관세가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다양한 국가가 서로의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시장을 지키기만 한다면 교역량은 줄어들고, 각국이 얻을 수 있는 무역의 이익 역시 크게 감소할 것이다. 세계 경제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지, 각국이 자신만의 경제 울타리를 치며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현명한 관세 정책, 균형이 중요하다

관세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급격한 수입 증가로 인해 특정 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하거나, 자국 산업을 불공정하게 겨냥한 외국의 무역정책이 있을 경우에는 관세를 방패 삼아 경제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긴급관세나 반덤핑관세 같은 수단은 단기간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교역 환경을 바로잡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관세를 장기적이고 광범위하게 남발해서는 안 된다. 보호무역 정책은 세계 경제의 흐름과 맞아야 하며, 그러면서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단기적 관세 혜택에 만족하기보다, 자국 산업이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관세는 그 과정에서 촉매제로 쓰여야 하지, 연료로 소모되면 안 된다.

◇국가 경제는 열려야 성장한다

세계 경제는 연결되어 있다. 관세는 국가 간 무역을 제한할 수도, 보호할 수도 있는 강력한 도구지만, 잘못 활용하면 자국 경제마저도 거대한 무역 흐름에서 스스로를 제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국가 경제는 결코 고립된 섬으로 존재할 수 없다. 상호 연결된 세계 경제 속에서 스스로를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로 유지하는 것이 관세의 진정한 목적이어야 한다.

관세는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양날의 검이다. 과도한 보호는 산업의 성장을 막고, 부족한 보호는 시장을 잃을 위험을 안긴다. 관세라는 도구는 단순히 산업을 보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넓고 깊은 경제 구조를 설계하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앞으로 관세와 보호무역 정책이 나아갈 방향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