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방자치단체의 추경 편성, 불가피한 선택인가 전략적 행태인가

2025. 3. 27. 23:48카테고리 없음

중앙정부 의존과 낮은 재정 자립도 사이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딜레마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현상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재정 자립도 사이에서 불가피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지방재정의 상당 부분은 중앙정부에 의해 결정된다. 지방교부세와 보조금 같은 주요 재원이 중앙정부 예산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자율성을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발전 방향을 설계하기보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에 종속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본예산 편성 시기와 실제 세입·세출 데이터 확정 시점 사이의 시차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에 본예산을 계획해야 하지만, 실제 수입이나 중앙정부 보조금 최종 금액은 그 이후에야 확정된다. 이런 시기적 불일치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는 예측치에 의존해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고, 현실과의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최소 한 번 이상의 추경이 필요하다.

재정 자립도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수도권과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자립도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결국 이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지원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재정 운용의 유동성을 높여 추경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물론 추경이 단순히 구조적 필요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매년 두 차례 이상의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관행화되었다. 일각에서는 관료와 선출직 공무원들이 재정 잉여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금을 남겨두었다가 추경을 통해 재정의 유용성을 높이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현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중앙과 지방 간의 재정 구조적 틀 속에서 추경은 필요한 조정 장치로 존재한다. 지방재정이 혼란 없이 유지되기 위한 필연적 수단인 것이다.

추경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구조적 변화와 재정 자립을 향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영이 여전히 중앙정부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에서, 추경은 지방정부의 유연성과 딜레마를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제는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